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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노란봉투법 시행 초읽기…조선·철강 '납기 리스크' 수주 경쟁 변수로

정보운 기자 2026-03-03 16:49:09

하청 노조 원청 교섭 요구 확산…설비산업 일정 관리 부담

대우조선·현대제철 파업 전례, 공정 중단 시 연쇄 차질 우려

지체상금·발주처 신뢰 직결…납기 신뢰 흔들리면 수주 경쟁 타격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오는 10일 시행을 앞두고 하청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가 확산되면서 조선·철강 등 수주 기반 제조업 전반에서 납기 지연 가능성이 핵심 경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협력사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노조는 기존 도급 계약 관계를 넘어 미화·보안 등 간접 협력업체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관련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 취지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하는 데 있지만 업계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조선·철강과 같은 수주 기반 설비산업은 공정이 다단계로 맞물린 구조여서 협력사 한 곳의 생산 차질이 전체 라인 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의 경우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백 개 협력사가 참여하며 블록 제작·도장·의장 등 공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특정 공정이 지연될 경우 후속 공정이 연쇄적으로 밀리면서 인도 일정 자체가 조정될 수 있다. 계약상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 부담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발주처의 추가 수주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철강 역시 자동차·건설·조선 등 전방 산업과 실시간으로 공급망이 연결돼 있다. 자동차 강판이나 건설용 철근 공급이 지연될 경우 완성차 생산 일정이나 건설 공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파급 범위가 넓다.

실제 조선업계에서는 하청 노조 파업이 건조 일정 지연으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지난 202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의 장기 파업과 선박 블록 점거 농성으로 일부 공정이 중단되며 수천억원대 손실 추산이 나오기도 했다. 수주 산업 특성상 공정 지연이 곧 비용 부담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사례로 평가된다.

철강업계 역시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로 직결된 경험이 있다. 현대제철은 2022~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부분 파업과 총파업이 이어지며 당진제철소 등 주요 사업장 가동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생산 손실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설비 기반 수주 산업은 공정 특성상 한 공정만 멈춰도 전체 생산 일정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으며 납기 신뢰가 곧 경쟁력인 구조에서 노무 리스크가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손실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을 발표하며 현장 혼란 최소화에 나섰지만 경영계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정부 매뉴얼이 제시됐음에도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 설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원청이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교섭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하청 근로조건까지 교섭할 경우 하청업체의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역시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하청 노조까지 폭넓게 안내하도록 돼 있지만 그 범위가 모호하다"며 "협력사가 다수이고 지역별로 분산된 사업장의 경우 공고 이행 자체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이 핵심이라며 법 취지에 맞는 해석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원청이 생산 공정과 인력 운용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면 교섭 책임 역시 져야 한다는 것이 개정 취지라고 보고 있다. 사용자성 판단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법 개정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 시행 이후 실제 교섭 사례가 누적될 경우 수주 기반 제조업의 노무 리스크 관리 체계는 단순 인사·노무 영역을 넘어 그룹 차원의 핵심 경영 변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법 시행에 따른 영향은 하청 노조의 규모와 파업 수위에 달려 있다는 신중한 입장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실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그 수준과 참여 인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원청 노조의 경우에는 과거에도 파업이 있었지만 생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란봉투법 시행은 처음 있는 제도 변화인 만큼 구체적인 리스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관건은 하청 노조의 규모와 교섭 방식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과 관련해서는 "하청 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설계된 만큼 교섭 구조가 과도하게 복잡해지기보다는 일정한 틀 안에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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