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1년간 선진국 무기 제조사 주가는 크게 올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기업은 2024년 초 이후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뛰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 지금 방산은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AI(인공지능) 못지않게 뜨거운 분야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사실이 있다. 전쟁이 난다고 해서 방산주가 무조건 오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의 교훈은 그 반대에 가깝다. 갈등이 적당한 수준일 때는 군수 주문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국가 총력전의 단계로 깊어지면 정부는 언제든 기업 이익을 공공 목적 아래 회수한다. 초과이윤세를 물리고 계약 가격을 다시 깎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막고 때로는 경영자 보수까지 제한한다.
실제로 역사는 단순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영국 정부는 고율의 초과이윤세로 군수업체 이익을 강하게 환수했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본격 참전 뒤에는 이미 체결된 무기 계약 가격을 반복적으로 재협상하며 낮췄고 이런 관행은 한국전쟁과 냉전기까지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1938년부터 진주만 공습 전까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주가는 양호했지만 1941년 말부터 1945년 전쟁 종결까지는 미국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방산주보다 높았다는 연구를 함께 인용했다. 전쟁이 커질수록 국가가 기업의 초과 수익을 용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국제 정세도 이 오래된 패턴을 되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방산업체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방산기업 CEO(최고경영자) 보수를 연 500만달러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법적 강제력의 범위와 별개로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보가 걸린 순간 정부는 시장 논리보다 국가 우선을 앞세운다.
물론 방산 산업의 장기 수요 기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2025년 회원국들이 핵심 국방비 3.5%와 안보 관련 투자 1.5%를 합쳐 GDP(국내총생산)의 5%를 목표로 삼는 새 기준에 합의했다. 유럽이 미국 안보 우산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무장에 나서는 흐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역시 곧바로 전차와 미사일, 자주포 대량 발주로만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이터통신 보도대로 이 목표에는 사이버 안보와 에너지 인프라 보호, 군용 도로와 교량 정비 같은 광의의 안보 투자도 포함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방산업체를 봐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분명 지난 몇 년간 세계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137억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은 한국 방산 수출사의 전환점이었고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육상무기 매출을 2027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180대를 추가 공급하는 약 65억달러 규모 계약을 성사시켰고 LIG넥스원은 이라크와 약 3조7100억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수출 계약을 따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 방산주의 문제는 좋은 산업인가가 아니라 좋은 산업이 이미 너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는 않은가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구 방산업체 주가가 예상 이익의 약 3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AI 붐의 상징인 엔비디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퍼져 있는 오해는 이것이다. 큰 전쟁이 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종목은 더 크게 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전쟁이 제한적 충돌에 머물면 무기 수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반면 전쟁이 장기화하고 총력전화하면 각국 재정은 압박받고 정부는 예산을 더 세밀하게 통제하며 가격 협상은 기업보다 국가에 유리하게 바뀐다.
그렇다고 한국 방산 산업의 미래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10위권 방산 판매국이며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재무장과 중동의 미사일 방어 수요, 인도·태평양의 안보 불안은 한국 기업에 분명한 기회다. 다만 그 기회는 전쟁의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급 능력과 품질, 납기, 현지화, 외교적 신뢰 위에서만 실적으로 연결된다.
주식시장은 늘 단순화를 좋아한다. 전쟁이 나면 유가가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주가 뛰고 불안이 커지면 방산주가 오른다는 식이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전쟁은 방산업체에 주문서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익의 천장을 씌우는 국가 권력도 함께 데려온다. 전쟁이 클수록 기업의 자유는 줄고 안보가 앞설수록 주주의 몫은 작아진다.
결국 방산주를 보는 올바른 시선은 열광이 아니라 절제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분명 세계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국가가 더 많은 무기를 원한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과정에서 기업 이익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전쟁은 매출을 키울 수 있어도 언제나 주주의 잔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안보 앞에서 기업 이익은 언제든 후순위가 될 수 있다. 지금 방산주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장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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