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보편화되면서 온라인상의 피해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한 거래 사기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개인정보 침해와 계정 탈취를 넘어 강력 범죄의 표적을 선정하고 유인하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김소영 연쇄 살인 사건'은 플랫폼이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 범죄의 접점으로 기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는 메신저와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특성을 활용해 취미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매개로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했던 과거 범죄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플랫폼에 공개된 이용자의 관심사와 활동 이력, 위치 정보 등을 기반으로 범행 목적에 맞는 대상을 선별한 것이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설계된 기능이 범죄 준비 단계에서 '필터링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 공개 플랫폼 접촉 후 폐쇄 채널 이동
최근 범죄 수법의 핵심은 '접촉 경로의 분리'다. 공개된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서 초기 신뢰를 형성한 뒤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 등 폐쇄형 채널로 대화를 옮겨 관계를 심화시키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단계적 접근 방식은 범죄 노출 가능성을 낮춘다. 특히 폐쇄형 채널로 이동한 이후에는 외부 감시가 사실상 차단되는 구조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용자 간 접촉이 외부 채널로 이동하는 순간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개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5년 온라인피해365센터 상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 건수는 418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접촉한 뒤 메신저로 이동해 금전 이체를 유도하는 '커뮤니티·카페 기반 중고거래 사기'가 19.2%, 'SNS·메신저 기반 투자·부업 사기'가 17.1%, '중고거래·SNS 연계 피해'가 17.0%를 차지하는 등 상위 3개 유형이 전체의 53.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에서의 첫 접촉이 피해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 금전 사기 넘어 '범죄 통로'로 진화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이 '범죄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범죄가 발생하는 공간을 넘어 범행 대상 탐색과 관계 형성, 실행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과 지역 기반 서비스는 범죄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관심사나 위치가 유사한 이용자 연결 기능이 범죄자 입장에서는 표적 선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김소영 사건 역시 이와 유사한 '접촉→이동→유인' 구조를 따른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공개 플랫폼에서 신뢰를 형성한 뒤 폐쇄형 채널에서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고립시키고 외부 도움을 차단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강화되는 이용자 보호 요구에 대응해 사기 패턴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당근은 지난해 사기 방지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용자 보호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 구축을 위해 기술 고도화와 제도적 장치 마련, 외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사기 방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AI 기반 탐지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 역시 명백한 범죄 행위 또는 범죄 모의 행위가 확인되거나 해당 이용자의 행위에 대해 다른 이용자들의 피해 차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즉시 카카오톡 전체 서비스에 대한 이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플랫폼 고도화는 이용자 편익을 크게 높였지만 동시에 범죄 수법의 정교화를 초래하고 있다. 공개된 공간에서의 접촉이 범행의 출발점이 되는 최근의 흐름은 향후 플랫폼 정책과 이용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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