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흐름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집을 옮기며 새로 계약하는 수요보다 기존 주택에 머무르며 계약을 연장하는 수요가 더 커졌다. 매물 감소와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이사’보다 ‘유지’가 우선되는 시장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41.2%보다 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이달 들어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갱신계약 비중이 51.8%까지 올라 신규 계약을 넘어섰다. 전월세 계약의 절반 이상이 재계약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점차 강화됐다. 당시 40% 수준이던 갱신 비중은 12월 43%대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 45%를 거쳐 50%를 넘어섰다. 단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배경에는 공급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면서 임대 목적 물량이 줄었고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함께 감소했다. 신규 매물이 줄어들자 세입자 선택지는 좁아졌고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이어진 것이다.
가격 부담 역시 재계약 증가의 주요 요인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이사 시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졌고, 보증금 차액뿐 아니라 중개수수료와 이사비 등 거래 비용까지 감안하면 재계약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갱신계약 비중은 서울 전역에서 고르게 높아졌다. 중랑구가 70.5%로 가장 높았고 영등포구 62.7%, 강동구 59.9%, 성북구 59.5%, 마포구 57.9%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55.8%, 서초·송파구 55.7% 등 주요 지역도 절반을 넘어섰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계약 방식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갱신계약은 늘었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1∼3월 갱신권 사용 비중은 42.8%로 지난해 평균보다 6.5%포인트 낮아졌다.
전세와 월세 간 흐름 차이도 뚜렷하다. 전세는 갱신 비중이 52.3%로 높아진 반면 월세는 갱신권 사용 비중이 30% 수준에 머물렀다. 전세는 보증금 규모가 커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월세는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조정하는 재계약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세 비중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지난해 43.2%에서 올해 47.9%로 상승했다.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보증금 부담을 낮추고 월세를 늘리는 반전세 형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세입자는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선택지가 되고 있다.
결국 서울 임대차 시장은 ‘이동’보다 ‘유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신규 매물 부족과 비용 부담, 금융 여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당분간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월세 공급 확대와 금융 여건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한 재계약 비중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와 반전세 확대 흐름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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