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전자부품 기업 LG이노텍이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함께하는 '안전·건강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제조업 경쟁력의 축을 설비에서 사람으로 옮기고 있다. 단순한 노사 협약을 넘어 생산성·품질·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구조적 전략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 8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노경(노동조합·경영진) 공동 실천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표면적으로는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선언이지만 산업 현장의 흐름을 보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전자부품 산업은 최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생산 공정의 정밀도와 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단 한 번의 품질 이슈나 생산 차질도 곧바로 납품 리스크로 이어진다. 결국 '사고 없는 공장'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생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지점에서 LG이노텍의 선택은 기존 접근법과 결이 다르다. 통상 제조업에서 안전 관리는 비용 또는 규제 대응 차원에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협약은 노조를 단순 협상 주체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노경 공동 태스크를 통해 현장의 문제를 함께 발굴하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방식은 위에서 내려오는 일방적 정책보다 실행력과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안전·건강을 '브랜드화'하고 조직 문화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단기 캠페인이 아닌 장기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인적 경쟁력 재평가'와 맞닿아 있다.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여전히 숙련 인력의 판단과 대응이 품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도체·카메라 모듈 등 고정밀 부품은 미세한 공정 변수 관리가 중요해 '사람 리스크'가 곧 '생산 리스크'로 직결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과 건강을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닌 리스크 관리 체계로 끌어올릴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노사 관계의 재정의'다. 과거 노사 관계가 임금·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 구조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생산성·지속가능성·ESG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십 모델'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LG이노텍이 지역사회와 협력사까지 안전·건강 활동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도 단일 사업장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글로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ESG 기준과도 맞물린다.
향후 관건은 '선언'이 아니라 '체감'이다. 노경 공동 태스크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이번 협약의 성격이 이벤트에 그칠지 산업 전반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제조업 경쟁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시대, 기업들은 이제 '사람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LG이노텍의 이번 실험은 그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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