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딥인사이트

[데스크 칼럼] 커진 경찰 권한…뒤따라야 할 것은 견제와 관리다

한석진 기자 2026-04-22 10:18:5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일보] 경찰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다.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며 범죄를 수사한다. 시민이 공권력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찰의 권한은 강해야 한다. 동시에 누구보다 엄격하게 통제돼야 한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우려는 가볍지 않다. 부실수사 논란이 이어지고 내부 비리 사건도 반복된다. 사건 처리가 늦어 피해가 커졌다는 호소가 나오고 초동 대응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시민은 다시 이의신청과 진정을 거치며 긴 시간을 감당한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 제도와 싸우는 장면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은 크게 확대됐다. 사건의 시작 단계에서 행사하는 재량이 넓어졌고 1차 수사의 비중도 커졌다. 이는 제도 변화의 결과다. 그러나 권한 확대만으로 제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힘이 커질수록 책임과 감시는 함께 강화돼야 한다. 민주사회 공권력의 기본 원리다.

 

문제는 통제 장치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시민들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내부 감찰은 같은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외부 견제 기구 역시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남는다. 민감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부 기강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 일부 구성원의 금품수수와 사건 청탁 정보 유출 갑질 의혹은 조직 전체의 신뢰를 흔든다. 대다수 현장 경찰관이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의 문제다. 조직의 평판은 성실한 다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잘못된 소수가 쌓아 올린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물론 경찰이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인력은 부족하고 업무는 늘어난다. 신종 범죄는 빠르게 진화하고 현장의 위험도 커졌다. 악성 민원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이 느슨한 책임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인사와 교육 감찰과 평가 체계는 더 촘촘해야 한다.
 

이제 경찰 개혁의 초점은 권한 배분 논쟁을 넘어 운영의 신뢰를 높이는 데 맞춰져야 한다. 사건 지연을 줄일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 수사 과정의 설명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외부 통제 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잘못이 확인되면 직급과 보직을 가리지 않고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대한 경찰 조직이 아니다. 믿을 수 있는 경찰이다. 강한 권력보다 공정한 권력이 오래 간다. 커진 경찰 권한 뒤에는 그에 걸맞은 견제와 관리가 따라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