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잠재성장률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이 지표가 내년 1.5%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경고다. 물가 상승 없이 달성 가능한 성장의 한계가 이토록 빠르게 낮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도약하기 어려운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데 있다. 2010년대 초반 3%대를 웃돌던 잠재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해 이제는 선진국 평균 수준에 머무는 ‘평범한 경제’로 전락했다. 그러나 속도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유럽과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하락을 한국은 불과 10여 년 만에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숙 경제의 자연스러운 경로가 아니라 구조 개혁을 미룬 대가다.
최근의 ‘깜짝 성장’에 취해 현실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착시일 뿐이다. 특정 산업 하나에 의존한 성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반 토막 나는 현실은 한국 경제의 민낯이다. 과거 핀란드가 특정 산업 의존의 대가로 깊은 침체에 빠졌던 전철을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해법은 명확하다. 낡은 경제 구조를 뜯어고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규제 개혁, 노동 유연성, 교육 혁신, 연금 개편 등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과제들이 이해관계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호는 넘쳐나지만 결과는 없다. 지금처럼 시간을 허비한다면 잠재성장률 1% 붕괴는 시간문제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공공, 교육, 노동 분야 개혁은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 혁신 기업은 규제에 묶여 성장하지 못하고, 제조업 경쟁력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몇몇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외끌이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결단의 시간이다.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마지막 기회를 허비한다면 다음은 없다. 인공지능, 방위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규제 혁파를 단행해야 한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풀고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구조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그 고통을 회피한 대가는 훨씬 크고 길다. 지금의 미온적 대응으로는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되돌릴 수 없다.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저성장의 늪에 빠질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하고도 실질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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