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5월 1일 노동절이 처음으로 법정공휴일이 됐다. 오래된 요구가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일하는 사람에게 쉼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마땅하고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공휴일 하나를 더 늘린 조치로만 볼 일은 아니다. 노동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도가 출발했다고 해서 현실까지 함께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달력 위의 빨간 날은 같아도 누구에게나 같은 휴일이 되지는 않는다. 이번 첫 노동절 공휴일이 던지는 물음도 여기에 있다. 쉬는 사람은 늘었는지보다 여전히 쉬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
매달 급여가 정해진 직장인에게 공휴일은 반가운 하루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밀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행과 소비도 뒤따른다.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노동이 월급제 정규직의 틀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노동시장은 오래전부터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표적 사례다. 배달기사와 대리운전 기사 상당수는 일한 만큼 수입을 얻는다. 쉬면 소득이 멈춘다. 법정공휴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급휴일이 보장되는 방식이 아니다. 주문이 몰리는 날이면 오히려 더 오래 일해야 생활비를 맞출 수 있다. 누군가의 휴일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바쁜 근무일이 되는 셈이다.
초단시간 노동자와 일용직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루 일당이 끊기면 바로 생활이 흔들리는 이들에게 공휴일은 쉼보다 수입 공백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제도는 권리를 선언했지만 현장은 생계의 계산서를 먼저 내민다. 법이 앞서가도 지갑이 따라주지 못하면 휴일은 그림의 떡이 된다.
영세 자영업자와 가족 종사자도 공휴일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형 상권은 특수를 누릴 수 있지만 동네 가게 상당수는 인건비 부담과 매출 불확실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손님이 줄면 손해고 직원을 쉬게 하면 운영이 어렵다. 가족이 직접 가게 문을 지키는 곳도 많다. 공휴일 확대가 모두에게 장밋빛 소식만은 아닌 이유다.
돌봄과 요양 현장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가정은 갑작스러운 휴일이 반갑기만 하지는 않다. 노인 돌봄과 장애인 지원 서비스도 휴일이라고 멈출 수 없다. 경비 미화 시설관리 의료 종사자 역시 누군가 쉬는 날에 일터를 지킨다.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노동은 대개 휴일의 조명을 받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제도의 온기가 가장 필요한 곳일수록 권리 안내와 집행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휴일근로수당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일하는 노동자가 있고 받아야 할 수당을 받지 못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장도 적지 않다. 서류상 권리와 체감하는 권리 사이에는 아직도 긴 거리가 놓여 있다.
공휴일 확대를 탓하자는 말이 아니다. 쉼의 권리를 넓히는 방향은 옳다. 다만 좋은 제도일수록 평균적인 시민만 떠올리며 설계해서는 안 된다. 정책은 늘 가장 약한 곳에서 성패가 갈린다.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는 사람보다 제도 밖에 머무는 사람을 먼저 살필 때 비로소 공공정책이 된다.
첫 법정공휴일 노동절은 그래서 축하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제 정부와 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초단시간 노동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필수노동자에게는 어떤 대체휴식을 줄 것인지 돌봄 공백은 누가 메울 것인지다.
휴일은 늘었는데 쉼은 늘지 않았다면 제도는 절반만 완성된 것이다. 모두의 노동절이라면 모두의 휴일이어야 한다. 가장 늦게 쉬는 사람까지 함께 쉴 수 있을 때 이번 첫 노동절 공휴일은 비로소 제 이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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