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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소비자물가 상당 기간 목표 상회"…하반기 3% 안팎 전망

방예준 기자 2026-06-17 15:25:10

중동전쟁 유가 충격에 생활물가 부담 확대…IT 임금 상승도 변수로 떠올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석유류 가격을 밀어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 근원물가 품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지난해 하반기 2.2%보다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2.0%로 목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월 말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3월 2.2%, 4월 2.6%, 5월 3.1%로 확대됐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생활물가·근원물가 부담도 커졌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2%에서 2월 1.8%로 낮아졌지만 3월 2.3%, 4월 2.9%, 5월 3.3%로 올랐다. 한은은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지난 1월 2.0%에서 2월 2.3%로 올랐고 3월과 4월에는 각각 2.2%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유류할증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항공료와 단체여행비 등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2.5%까지 확대됐다.

상반기 물가 상승은 석유류와 서비스 가격이 주도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p) 상승한 가운데 석유류 기여도는 0.13%p에서 0.41%p로 커졌다. 서비스 기여도도 1.18%p에서 1.37%p로 확대됐다.

반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은 물가 상승을 일부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축수산물은 출하 확대와 정부 가격 안정 노력으로 안정세를 보였고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공업제품 가격도 낮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일부 높아졌다. 일반인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2%대 중반을 유지하다 4월 2.9%, 지난달 2.8%로 올랐다. 전문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 근방에서 안정됐다가 지난 4월 이후 2%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류 가격은 미국·이란의 전쟁 상황이 완화되면서 점차 낮아지겠으나 고유가와 고환율로 높아진 비용 측 가격 인상 압력이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유가 측면의 비용 상승 압력이 줄어들더라도 수요 측 압력이 커지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의 간접효과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류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약 6개월 뒤에는 공업제품 등 비에너지 품목으로 간접효과가 나타나 1년 가까이 이어졌다.

한은은 중동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고유가 충격이 근원물가 품목으로 파급되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는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임금 상승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나타난 성과급 확대가 여타 부문의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시 비용 인상과 소비 확대 경로를 통해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IT부문 특별급여는 전년 동기 대비 60.6% 상승했다. 나머지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일부 기업의 성과연동형 보상체계 도입을 감안하면 내년 IT 대기업의 특별급여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비IT 부문의 임금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고유가 등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광범위한 임금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설명회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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