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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서 핵심광물 회수하는 순환 공급망 구축 [사진=Gemini]
[경제일보] 전기차에서 떼어낸 사용후 배터리가 더 이상 단순 폐기물이 아닌 국가 전략자원으로 관리된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한때 처리 비용으로 여겨졌던 폐배터리가 이제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다시 캐낼 수 있는 도시광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산업의 경쟁 축도 셀 제조 중심에서 회수·재활용·재생원료 확보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으며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법을 통해 사용후 배터리를 국가 전략자원으로 관리하고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법안에는 △사용후 배터리 성능평가·안전검사 체계 구축 △전주기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 △재생원료 인증제 및 함유율 목표제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담겼다. 단순 폐기물 관리 차원을 넘어 배터리 공급망 전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2030년 폐배터리 10만개 돌파 전망 [사진=노트북LM]
정부가 폐배터리 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이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은 2023년 2355개에서 지난해 8321개로 증가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10만7500개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앞으로 대량의 폐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재활용 산업 확대가 아닌 광물 확보 전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각국이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재생원료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핵심 광물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폐배터리가 사실상 유일한 국내 광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를 폐기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분해해 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새로운 배터리 생산에 투입하는 순환 공급망 구축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글로벌 규제 흐름도 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와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를 포함한 배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배터리 성능뿐 아니라 재생원료 사용 비율과 탄소배출 관리 여부까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배터리 생산능력과 성능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폐배터리 회수 체계와 재생원료의 공급망 편입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소재 계열사와 연계해 리튬·니켈 회수 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에코프로와 성일하이텍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전기차 회수망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확보 체계 구축에 관심을 높이는 분위기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배터리 산업 경쟁 역시 이제 단순 셀 생산능력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폐배터리 회수·재활용·재생원료 공급망 같은 후방 산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화려한 전기차·배터리 증설 경쟁 뒤에서 재활용·원료·회수망 산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 산업의 다음 승부 역시 폐배터리에서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회수해 이를 다시 공급망 안으로 순환시키는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