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전자기업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도출한 임금협상 잠정 합의가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모델이 본격 제도화되면서 산업 간 임금 양극화 우려가 커지는 동시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사·노노 갈등 후유증을 어떻게 봉합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마련한 이번 잠정 합의안 핵심은 DS(반도체)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해당 제도는 향후 10년간 DS 부문에 한해 상한 없이 운영된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는 DS와 DX(완제품) 부문 모두에 적용되지만 연봉의 50% 상한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 수준에 이를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특별경영성과급만 최대 5억5000만원 수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존 OPI까지 포함하면 연봉 1억원 기준 총 성과급 규모가 약 6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 평균 보수 수준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약 1억280만원 수준이었다.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 총액은 약 5061만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를 누리는 일부 기업만이 영업이익 연동형 고성과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외에도 조선·방산·전력기기 등 일부 업종만 호황 흐름을 타고 있는 반면 상당수 제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부담으로 공격적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노조 조직률이 낮은 사업장에서는 성과급 교섭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기업 노조 조직률은 35.1%였지만 100~299인 사업장은 5.4%, 30~99인 사업장은 1.3%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사례가 향후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 요구 확대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향후 대기업 중심 추가 성과급 요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청 노조 역시 협력업체와 노동시장 약자를 함께 고려하는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누적된 노사·노노 갈등 봉합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이번 협상에서는 DS와 DX 부문 간 보상 격차 논란이 커지며 일부 DX 직원들의 노조 탈퇴 움직임과 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진 바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사업부별 독립채산제 방식 보상 체계를 보완할 장치 마련 필요성도 거론된다. 메모리 호실적 뒤에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조직 지원이 있었고 과거 DS 적자 국면에서는 DX 부문이 전사 실적 방어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전사 공통 성과 공유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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