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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AI를 소모하고, 산업은 시간을 다툰다

곽형균 기자 2026-06-05 18:12:27
Nvidia's CEO Jensen Huang signs autographs for fans at Gimpo International Airport on June 5, 2026. AJP Han Jun-gu
묘한 장면이었다. 6·3 재보궐선거 부산 북구갑에서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41.26%를 얻고도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 1,392표 차로 졌다. 그리고 다음 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한국에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선거가 끝났고, 다른 한쪽에서는 산업의 다음 판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치는 사람을 앞세워 승부를 가르지만, 산업은 시간을 앞세워 나라를 고른다. 하정우는 네이버에서 AI 선행기술 연구를 총괄했고, 대통령실에서는 AI미래기획수석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AI 인재를 볼 때마다 먼저 연구실과 산업 현장보다 선거판부터 떠올리는 사회라면, 그만큼 미래를 다루는 감각도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젠슨 황의 방한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그는 7개월 사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고, 현대차·LG·SK하이닉스·삼성전자·네이버와의 회동 일정을 잡았다. 한국을 세계적 제조 역량의 중심으로 평가했고, 로보틱스가 한국의 다음 큰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한국 연구개발 확대와 채용 계획까지 언급했다. 세계 AI 산업은 지금 한국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함께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는 짧은 시간으로 움직인다. 오늘 사람을 세우고, 내일 표를 모으고, 모레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AI 산업은 전혀 다른 시계로 간다. 인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고, 연구는 선거 일정에 맞춰 성과를 내지 않으며, 산업 생태계는 한 번의 행사나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이다. 산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먼저 준비한 나라가 가져갈 뿐이다.

물론 전문가가 정치에 들어갈 수 있다. 때로는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치의 일은 전문가를 전면에 세우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이 연구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대학이 키우고, 시장이 시험할 수 있는 제도를 오래 유지하는 데 있다. 사람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쉽다. 하지만 사람이 빠져도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국정의 수준은 늘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느냐, 못 하느냐에서 갈린다.

선거 다음 날 도착한 젠슨 황의 동선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 정치는 AI를 미래 산업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다루는 방식은 너무 자주 정치의 언어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산업은 시간을 다투는데, 정치는 아직 사람과 이벤트를 다투고 있는 것 아닌가.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우리는 AI를 말하면서도 AI 시대의 속도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AI 시대에 가장 귀한 것은 예산만이 아니다. 사람이고, 무엇보다 시간이다. 한 번 놓친 산업의 시간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한국 정치가 붙들어야 할 것은 국가 전체의 AI 시간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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