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만 부동산 규제 대상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 부담 강화와 투자 소득 과세 필요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정부의 다음 관심이 ‘살지 않는 1주택자’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건 상관없다. 못 가지게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하게 하자”고 말했다. 이어 “투자 소득은 뭘 왜 그렇게 많이 깎아줘야 하나. 오래 투기했다고 뭘 깎아주나. 투기 권장 사회였던 거다”라고 했다.
대통령 발언은 7월 세제개편안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안,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더라도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보유했다면 기존보다 더 큰 세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규제의 주된 대상은 다주택자였다. 그러나 정부가 ‘거주 여부’를 더 강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장과 생활 근거지는 따로 있으면서 서울이나 수도권 인기 지역에 집을 보유한 1주택자도 규제 논의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정부가 보는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집을 갖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되 투자 목적의 보유에는 그만한 비용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못 가지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상응하는 부담”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을 실거주 수단으로 볼 것인지 투자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세제와 금융 규제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7월 세제개편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보유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손질될 경우 매물과 거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정부가 올해 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뒤 3월 21일 8만80건까지 늘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달 10일 6만6914건, 이날 기준 5만9248건까지 줄었다.
정부는 세 부담을 높이면 실거주 목적이 약한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단순하지 않다. 일부 집주인은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반대로 세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움직이지 않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매물이 늘어도 가격 기대가 꺾이지 않으면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대출 규제도 같이 움직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불허 규제를 발표하면서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 규제 방안도 추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식은 실제 살지 않는 1주택자 가운데 투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세대출 신규 공급이나 만기 연장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은행권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1주택 전세대출 규모는 약 9조2000억원이다. 건수로는 약 5만9000건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어디까지를 투기성 보유로 볼 것이냐다. 직장 이전,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질병 치료처럼 실제 거주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 기준을 넓게 잡으면 선의의 1주택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고 좁게 잡으면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
최근 가격이 오른 비규제지역을 추가로 묶는 방안도 시장에서 거론된다.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구리시 등은 신고가 거래가 늘면서 규제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가능성이 오르내린다. 다만 실제 지정은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 투기 수요 유입 여부 등을 따져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지금 정리는 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리해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와 투자 수요는 누르되 실수요자가 살 집은 더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기존 방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올해 들어서도 용산·과천·성남 등 수도권 6만가구 공급, 수도권 규제지역 내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 공급,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 아파트값과 전월세 부담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공급 카드를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세시장에 대한 시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이를 무주택자가 매입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정상화 과정”으로 평가하고 “통계적으로 보면 전세가 대폭등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든 지역의 임차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통계상 급등이 아니더라도 선택 가능한 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오르면 체감 부담은 커진다. 정부가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6·3 지방선거 결과도 변수다. 여당은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서울 부동산 민심이 현 정부 정책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보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투기·투자 수요는 규제하고 공급은 늘리는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7월 세제개편안과 금융당국의 비거주 1주택자 규제안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다주택자 부담 강화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다. 더 큰 관심은 집을 한 채만 가진 사람 중 실제 살지 않는 보유자를 어디까지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이냐다.
정부는 실수요 보호와 시장 안정을 내세운다. 시장은 세금과 대출 규제가 거래를 더 얼어붙게 할지 주목한다. 공급 대책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하반기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하나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얼마나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다. 그 기준이 거칠면 시장은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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