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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뒤집힌 원유 공식…10년 만에 두바이유가 WTI보다 싸졌다

김태휘 인턴 2026-06-23 14:20:40

셰일혁명 이후 이어진 美 정유사 원가 우위 흔들

중동 영향력 약화에 韓 정유사 수익 개선 기대

S-oil 울산 공장 전경 모습.[사진=S-oil]

[경제일보] 10년 만에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저렴한 가격에 형성되면서 글로벌 정유업계의 원가 경쟁 구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셰일혁명(Shale Boom) 이후 저렴한 미국산 원유를 기반으로 미국 정유사들이 누려왔던 원가 우위가 약해지고, 중동산 원유를 주로 사용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3.6 달러로 WTI(76.6 달러)보다 약 3 달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통상 셰일오일 생산 확대 이후 WTI가 두바이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기대와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두바이유 약세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S-OIL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 우려 이후 각국의 비중동산 원유 도입 확대가 중동산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UAE의 OPEC 탈퇴 가능성과 이란 제재 완화에 따른 공급 증가 전망도 두바이유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중동산 원유를 주로 도입하는 아시아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수년간 미국산 원유와 남미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며 수입선을 다변화해 왔다.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셰일혁명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인 만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그동안 지속해 온 원유 도입선 다변화 노력을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두바이유 약세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보다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의 수급과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유 가격만으로 정제마진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정제마진은 결국 석유제품의 수급과 가격,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은 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제품 가격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며 "수급 상황에 따라 마진이 오를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어 유가 하락이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 역시 "원유 가격 하락이 곧바로 정제마진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제품 가격, 수급 상황, 시차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사우디 아람코의 아시아향 공식판매가격(OSP)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OSP는 사우디가 아시아 정유사에 원유를 판매할 때 적용하는 추가 프리미엄으로 실제 원유 도입 비용에 직접 반영된다.

정유업계는 향후 OSP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OSP는 중동 산유국의 정치적·외교적·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락할 경우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유 도입 비용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OSP, 운임, 환율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며 "중동산 원유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역전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중동 원유 시장의 영향력 변화와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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