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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성호 법무장관 사직서 제출…공소청 출범 45일 앞두고 '법무·검찰 수장 공백'

선재관 기자 2026-08-19 07:48:26

건강 이유로 사의…후임 인선까지 직무 수행할 듯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사퇴…공소청·중수청 출범 준비 차질 우려

건강상 이유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취지로 사퇴 이유를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동시에 수장 공백 상태로 제도 전환기를 맞게 됐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45일 앞둔 시점이다.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이 늦어질 경우 제도 시행을 준비하는 핵심 기관들이 장기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와 인사혁신처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수면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된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청와대도 사실상 사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면직을 요청했다며 “후속 인사 등의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맡은 바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당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면직 시점과 후임 인선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개정 형사소송법도 통과됐고 공소청 출범은 중대범죄수사청과 달리 간판만 다는 것이어서 제 역할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주요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거취를 정리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다.
 
건강상 이유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취지로 사퇴 이유를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행정적 공백과 별개로 실제 제도 전환을 둘러싼 과제는 적지 않다.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 체제로 전환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조직과 인력 배치, 기존 사건 이관, 시행령 및 수사준칙 정비 등 후속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검찰 역시 이미 수장 공백 상태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현재는 박규형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정 장관의 사표까지 수리되면 법무부는 이진수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결국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최고 지휘라인이 동시에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검찰 조직 개편을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정 장관의 사의에는 정치적 배경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주도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개혁의 속도와 방식 등을 놓고 여권과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왔다.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거취 정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사직서 제출 당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혁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개혁 또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법 시행 전 예상되는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바로잡고, 시행 이후 발견되는 문제 역시 반개혁으로 규정하기보다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는 검찰개혁의 방향 자체보다 개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낳을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향후 시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법 개정 논의가 불가피할 가능성도 있다.

정 장관이 물러나더라도 10월 2일 제도 시행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데다 정부 역시 조직 개편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누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지휘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공소청 출범 이후 수사와 기소 기능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분리될지, 중수청으로 넘어갈 사건의 범위와 기존 수사자료의 이관 방식은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정 장관의 사의가 단순한 개인적 거취 문제를 넘어선 이유다. 개혁을 설계하고 추진한 장관이 제도 시행 직전 물러나고 검찰 역시 총장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첫날을 누가 책임지고 맞을 것인지가 정부의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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