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일부를 청년·신혼부부 주택에 활용하려는 정부 구상에 다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상으로 보는 곳을 ‘훼손된 부지’라고 설명한 데 대해 서울시는 애초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공원 예정지’라며 부지 성격 자체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21일 오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는 이미 훼손된 부지만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곳은 훼손된 부지가 아니라 공원 예정지”라고 지적했다. 미군기지 반환 이후 전체를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것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통해 정해진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전날 김 장관이 오 시장과의 회동 뒤 내놓은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방안이 아니라 장교숙소 등 이미 건축물이 들어서 녹지 기능을 잃은 곳에 한정해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원 보존과 도심 주택 공급을 함께 충족할 방법을 찾자는 취지다.
반면 서울시는 현재 건축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부지를 개발 가능한 유휴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정부가 후보로 언급한 장교숙소 등도 본체부지에 포함돼 있어 서울시는 이곳 역시 향후 녹지로 복원할 공간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서도 공공부지와 정비사업, 비아파트 등 가용 수단을 동원해 서울 도심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용산공원도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 국유지가 있다는 점에서 추가 공급 후보로 부상했지만 구체적인 공급 물량이나 사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절차상 넘어야 할 문턱도 적지 않다. 정부가 언급한 장교숙소 등은 현행 특별법상 본체부지에 해당해 현재 건축물이 남아 있더라도 공원 조성이 기본 원칙이다. 주택을 공급하려면 관련 계획을 손질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조사·정화도 남아 있어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오 시장은 청년 주거 문제 역시 용산공원 개발보다 당장 실행 가능한 정책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딤돌대출의 주택가격 기준과 대출 한도를 높이고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신혼부부 대상 ‘미리내집’ 공급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공된 청년안심주택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심사와 리츠 설립 승인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과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원 내 이미 개발되거나 건축물이 있는 일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서울시는 해당 지역도 향후 공원으로 조성할 대상이라는 입장이어서 논의의 출발점부터 차이가 난다.
오 시장은 전날 김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용산공원 본체 부지 개발에는 반대하면서 공원 주변 유휴 국유지를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다음 주 다시 만나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 만큼 ‘훼손지’와 ‘공원 예정지’를 둘러싼 해석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가 다음 협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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