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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기자수첩] K-뷰티 수출 70억 달러 시대…'무대 뒤 주연'을 보다

정보운 기자 2026-08-26 15:14:16

브랜드 뒤에서 제품 만드는 ODM·시장 연결하는 플랫폼

K-뷰티 성장 이끈 제조·유통 생태계 현장서 확인

산업부 정보운 기자

[경제일보] 닷새 사이 두 번의 뷰티 행사를 찾았다.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2026 무신사뷰티페스타 in 성수'와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서울뷰티위크'다. 행사의 성격과 공간은 달랐지만 두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들어온 이름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다.

무신사뷰티페스타에는 64개 화장품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인디 브랜드였고 10곳 중 4곳은 2022년 이후 론칭한 신생 브랜드였다. 자체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브랜드도 70%가 넘었다.

아직 소비자에게 낯선 브랜드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오히려 눈에 띈 것은 코스맥스였다. 여러 브랜드 부스 사이로 코스맥스의 대형 부스가 길게 이어져 있었고 이곳에서 중소벤처기업부·무신사와 함께 신진 브랜드 20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코스맥스가 제품 기획, 연구개발(R&D), 생산 등을 맡고 무신사는 온라인 기획전과 오프라인 팝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 판로를 제공하는 구조다.

닷새 뒤 서울뷰티위크에서는 한국콜마가 소비자 앞에 직접 섰다. 평소 매장에서 완제품 브랜드처럼 전면에 드러나는 회사는 아니지만 이날은 행사장에 대형 부스를 꾸렸다. 관람객들은 한국콜마가 개발·제조한 자외선차단제를 직접 바르고 UV카메라로 도포 상태를 확인했다. 미스트를 만들고 여러 스킨케어 제형을 비교하는 체험 공간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두 현장을 연달아 돌아보니 K-뷰티의 성장 배경에는 개별 브랜드의 성과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산업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 앞에는 브랜드가 서 있지만 무대 뒤에는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과 유통·플랫폼이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보여질 얼굴을 만든다면 ODM은 제품을 구현하고 플랫폼은 그 제품이 소비자를 만날 자리를 만든다. 어느 한쪽만 빠져도 지금의 K-뷰티 생태계는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

수치에서도 K-뷰티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7.3% 늘며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도 50억7000만 달러(약 7조300억원)로 30.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K-뷰티 수출 성장의 한 축을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빠른 속도로 제품을 내놓고 해외 시장까지 두드릴 수 있는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촘촘한 분업 구조가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시장을 분석해 제품의 방향을 잡으면 ODM 기업은 연구개발과 제조 기술을 더해 실제 제품으로 구현한다. 플랫폼은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로 연결한다. 각자의 역할이 맞물려 하나의 K-뷰티 브랜드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성수와 DDP를 오가며 선명하게 보인 것은 개별 기업의 활약 보다 브랜드, ODM, 플랫폼이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K-뷰티의 작동 방식이었다.

무대가 잘 갖춰졌다고 모든 배우가 주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ODM과 플랫폼이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 앞에 세우는 데 힘을 보탤 수는 있지만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는 일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다.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질수록 결국 브랜드마다 '왜 이 제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더 중요해진다.

닷새 동안 두 현장에서 만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그동안 브랜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K-뷰티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최전선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그들이 기억하는 건 브랜드지만 그 이름 하나가 시장에 서기까지는 제품을 만드는 ODM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힘이 함께 작동한다. 화려한 브랜드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화장품 산업 성장세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무대 앞 브랜드만큼 그 성장을 가능하게 한 무대 뒤 기업들까지 함께 볼 때 비로소 산업의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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