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SK온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따내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미국 내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31일 SK온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미국 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NeoVolta Power)와 ESS용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네오볼타 파워는 미국 조지아주 팬더그래스에 생산시설을 둔 ESS 제조 기업으로 미국 에너지 기술 기업 네오볼타의 자회사다.
이번 계약에 따라 SK온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네오볼타 파워에 공급한다. 계약 규모는 업계에서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급 물량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K온도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ESS용 LFP 배터리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SK온이 미국 ESS 시장에서 공급 물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네오볼타 파워 공급 물량은 이보다 9배 많은 규모다.
대규모 장기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미국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이고 ESS 고객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SK온은 올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 20GWh 이상의 신규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협력 범위를 ESS 사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SK온은 연내 별도 계약을 통해 네오볼타 파워에 추가로 9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셀을 사급 구조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네오볼타 파워가 공급받은 셀을 배터리 팩으로 제작하면 이를 SK온이 다시 구매하는 방식이다. 추가 계약까지 성사될 경우 양사 간 ESS 사업 협력 규모는 총 18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이번 계약은 SK온의 미국 ESS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 역량과 고객 수요에 맞춘 배터리 설루션을 기반으로 신규 고객과 사업 기회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SK온은 국내외에서 ESS 사업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는 전체 565메가와트(MW) 가운데 284MW를 확보해 전체 물량의 50.3%를 차지했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 수주에 실패한 뒤 2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ESS 업계 고객 초청행사를 열고 ESS 제품 브랜드 '그리드온(GRIDON)'을 공개했다. 그리드온은 '전력망(Grid)'과 '켜다(On)'를 결합한 이름으로 전력망 안정화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SK온의 ESS 사업 방향을 담았다.
ESS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미국 생산 기반도 갖추고 있다. SK온은 단독 생산시설인 SK배터리아메리카와 SK온 테네시, 현대차그룹과의 합작공장 HSBMA 등을 통해 미국에서 약 1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SK온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구축한 현지 생산 인프라를 ESS 사업에도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 신규 수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배터리 업계의 가동률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 잡을 경우 생산시설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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