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형사사건을 맡다 보면 의뢰인에게 차마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같은 내용의 고소장인데도 담당 수사관에 따라 수사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한 사람은 계좌부터 들여다보고 참고인을 찾아 불러 사실관계를 맞춰본다. 다른 사람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말만 한 차례씩 듣고 사건을 끝낸다. 변호사들이 사건번호를 받은 뒤 담당 수사관부터 확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한 불송치 사건은 40001건이었다. 경찰은 다시 수사한 뒤 8808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22.0%다. 지난해에도 재수사 요구를 받은 12898건 가운데 2749건이 송치로 바뀌었다. 검찰이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범위를 좁혀도 다섯 건 가운데 한 건이 첫 결론과 달라졌다.
이 숫자를 경찰 불송치 사건 전체의 오류율로 읽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따로 떼어낸 통계다. 재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3년 동안 8808건이 불송치에서 송치로 바뀌었다. 처음 수사할 때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담당자를 바꿔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수사관 기피 신청은 5307건이었다. 2021년 4573건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신청을 받아준 비율은 69%에서 40%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만 3000명이 넘는 당사자가 수사관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를 받는 사람이 담당자를 못 믿어 교체를 요구하는 일이 매년 5000건 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드러난 실종사건 처리 과정은 더 심각하다. 담당 경찰관은 실종자를 확인하지 않고도 연락한 것처럼 기록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이 이 경찰관이 처리한 298건을 다시 살펴보니 허위 종결이나 실종자 관리목록 삭제 등 부적절한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다. 일부 사건은 상급자의 결재까지 거쳤다. 담당자가 잘못 기록했고 결재선에서도 잡아내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경찰청의 「2025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는 수사 평가가 신속성과 사건 처리량에 치우쳐 수사의 완결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경찰 결정과 검찰 처분이 달라진 사건을 다시 수사팀에 보내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는 법원 판결까지 확인해 수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빨리 끝낸 사건보다 제대로 끝낸 사건을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문서에는 표현이 더 직접적이다. 수사관 개인의 성향이나 자질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지는 일을 막기 위해 팀장 중심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적었다. 담당자에 따른 차이가 실제 수사의 문제로 지적돼 왔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능력과 경험이 다른 것은 피할 수 없다. 수사관도 마찬가지다. 경제범죄를 오래 다룬 수사관과 이제 막 수사부서에 온 경찰관이 같은 사건을 똑같이 처리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수사관에게는 팀장이 붙어야 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에는 전문수사관이 들어가야 한다.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조직이 메우지 못하면 그 부담은 사건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그 차이는 재판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판사는 경찰이나 검찰의 결론대로 판결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증거를 다시 살핀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증거까지 판사가 만들어낼 수는 없다. 사건 직후 CCTV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나중에는 영상이 지워질 수 있다. 계좌와 통화 기록도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고 목격자의 기억도 흐려진다.
처음 수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수사관은 CCTV부터 찾고 어떤 수사관은 당사자 진술만 듣는다. 한 사람은 계좌 흐름을 끝까지 좇고 다른 사람은 제출된 자료만 본다. 그 차이가 쌓이면 법정에 올라가는 증거부터 달라진다. 판사는 제출된 증거를 판단하는 사람이지 수사 과정에서 사라진 증거를 되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수사는 두 방향으로 사람을 해친다. 범죄 혐의가 있는데도 불송치하면 피해자는 법정에서 판단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확인 없이 송치하면 죄 없는 사람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피고인이 돼 법정에 설 수 있다. 한쪽만 보호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이런 사정을 반영했다.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같은 수사관에게 다시 맡겨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상급 경찰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도 있다. 같은 담당자에게 다시 한번 잘해보라고 맡기는 것으로 끝낼 수 없는 사건이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사건 무작위 배당을 확대하고 외부 법률가를 활용한 수사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요 사건에서는 간부가 수사 과정에 직접 관여하도록 하고 수사 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제도를 추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다. 누가 사건을 많이 처리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린 판단이 검찰과 법원에서 어떻게 평가됐는지까지 따라가야 한다.
불송치한 사건이 반복해서 송치로 바뀐다면 이유를 찾아야 한다. 송치한 사건이 계속 무혐의로 끝나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그 역시 들여다봐야 한다. 특정 수사관이나 특정 경찰서에서 유난히 이런 일이 많다면 교육의 문제인지 인력의 문제인지 사건 배당의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건수만 세어서는 수사의 질을 알 수 없다.
일선 수사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일도 아니다. 한 사람이 처리하기 벅찬 만큼 사건을 쌓아놓고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면서 꼼꼼한 수사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복잡한 사기나 횡령 사건을 경험이 적은 수사관에게 맡겨놓고 개인 능력만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사람을 배치하고 지휘하고 결과를 점검하는 조직의 책임이다.
좋은 수사관을 만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야 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수사는 운에 맡길 일이 아니다. 피해자가 어느 경찰서에 고소했는지 피의자의 사건이 어느 팀에 배당됐는지에 따라 증거 수집 수준부터 달라진다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름난 수사관을 골라달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 사건이 배당되더라도 해야 할 조사는 하고 확인할 증거는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조차 담당자의 경력과 성향에 맡겨둔다면 수사기관이 존재할 이유가 희미해진다.
어느 수사관을 만나느냐가 재판 결과를 바꿔선 안 된다. 수사기관이라면 최소한 그 차이부터 줄여야 한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경제일보] 무인기로 이어진 수십년 축적 항공기 제작·정비기술…대한항공 조원태의 방산 포트폴리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09/20260909171106565199_388_136.png)
![[경제일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최대 실적에도 내부통제·건전성 시험대](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15/20260915082107870966_388_136.jpg)

![[재계 분석] LG, 로봇에 미래 건다…구광모 휴머노이드 승부수](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14/20260914171853966729_388_136.png)
![[로펌 명가④] 19년 만에 다시 3위…세종이 판을 뒤집은 방법](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14/20260914084806397112_388_136.jpg)
![[단독] 현대차·기아 美서 내비 특허 피소…닷새 뒤 현대차 ADAS까지 소송](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13/20260913153429150452_388_136.png)

![[금융인 포커스] 이재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1등 그 이후…AI·분권경영 시험대](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14/20260914092322811900_388_136.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