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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부동산 침체에 공사비 상승까지…미분양이 늘어나는 이유

한석진 기자 2026-03-06 09:06:4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부동산 시장의 온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거래는 줄었고 분양 시장도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최근 6만6000가구를 넘어섰다. 이미 준공을 마친 뒤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준공 후 미분양도 2만9000가구에 가까워졌다. 숫자만 보더라도 시장의 흐름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현상을 단순히 수요 감소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건설 공사비가 크게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약 30% 가까이 올랐다. 철근과 시멘트 같은 핵심 건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인건비 부담도 계속 높아졌다. 건설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용 환경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 분양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는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 나타나는 미분양 확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기에 국제 정세라는 또 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움직였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로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원유와 LNG 운송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을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건설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멘트와 철강 생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스팔트 생산 역시 원유 가격과 밀접하다. 건설 장비의 연료비와 자재 운송비도 에너지 가격 변화와 연결된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움직임이 건설 현장의 비용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중동 지역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금속 가격이 상승하면 건설 자재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에너지 시장을 거쳐 다양한 산업으로 파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공급 확대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사업성을 먼저 따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분양 시기를 늦추거나 착공을 미루는 사례가 나타난다. 일부 사업장은 사업 계획 자체를 다시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늘거나 줄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현재 나타나는 공급 조정은 몇 년 뒤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는 금리와 수요만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과 국제 정세도 영향을 준다. 최근 중동에서 시작된 긴장은 이러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움직임이 건설 현장의 비용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다.
 

지금 나타나는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 상승을 단순한 경기 변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시장 환경의 변화로 볼 것인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분양 시장의 숫자와 국제 원자재 시장의 움직임이 동시에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분양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장의 기대와 비용 환경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최근 나타나는 흐름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때 국내 요인뿐 아니라 국제 경제 환경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