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성지 웰트 대표 "AI가 약과 환자 사이 메우는 시대 온다"…슬립큐로 불면증 치료 확대
안서희 기자2026-03-10 15:00:00
인지행동치료 기반 디지털 치료제…6주 프로그램으로 수면 습관 교정국내 병원 80여 곳 도입…2027년 독일 DiGA 등재 추진
강성지 웰트 대표.[사진=안서희 기자]
[경제일보] “AI가 약과 환자 사이를 메우는 ‘약의 운영체제’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AI가 돕는 새로운 의료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10일 서울 강남구 웰트 본사에서 열린 슬립큐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웰트와 한독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의 개발 방향과 사업 전략을 비롯해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슬립큐는 불면증 치료에서 활용되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환자는 병원에서 진료 후 처방을 받은 뒤 약 6주 동안 앱을 사용하며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 요법 △수면 위생 교육 등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환자가 매일 수면 기록을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수면 시간과 행동 패턴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수면제를 통해 잠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치료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슬립큐는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혁신 의료기기로 임상시험에서는 수면 효율을 약 15% 이상 개선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유진 웰트 최고의학책임자. [사진=안서희 기자]
이유진 웰트 최고의학책임자는 “불면증 치료의 1차 권고는 사실 약물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시간과 인력 문제 때문에 충분히 시행되기 어려웠다”며 “슬립큐는 이러한 치료 과정을 디지털화해 환자가 앱을 따라가며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의료기기”라고 말했다.
실제 처방 사례에서도 수면제를 복용하던 환자가 앱 사용 이후 약물 의존도를 줄이거나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날 웰트는 차세대 버전인 ‘슬립큐 2.0’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핵심은 AI 기반 복약 관리 플랫폼 ‘AgentZ’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수면 행동, 생리 신호, 스트레스 변화,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제 복용 시점을 제안하는 기능을 갖는다. 예를 들어 AI가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특정 날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수면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복용이 필요한 시점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고 다음 진료 때까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AI가 환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약과 환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2026년 CES에서 AI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웰트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축적되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의 방식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슬립큐 치료 과정.[사진=안서희 기자]
강 대표는 “기존 의료는 병원 방문 시점에만 환자를 관찰하는 구조였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용하면 환자의 수면 패턴과 행동 데이터를 24시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학습하면 몇 시간 뒤 잠이 들 확률을 예측하는 수준의 분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치료를 시작으로 향후 혈압, 혈당,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도 AI 기반 디지털 치료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슬립큐는 현재 국내 종합병원 약 20곳과 클리닉 60여 곳에 도입된 상태다. 초기에는 비대면 진료를 중심으로 처방 사례를 축적했으며 최근에는 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도 확대되고 있다. 두 회사는 한독의 전문의약품 영업 조직을 활용해 의료기관 도입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웰트는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7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장 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웰트는 2024년 독일 디지털헬스협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같은 해 뮌헨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유럽 의료기기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CE 인증을 획득했으며 국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인 ISO27001도 확보했다.
현재 독일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인 샤리테 병원에서 성인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7년 독일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급여 제도인 DiGA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중동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한독 측은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산업의 새로운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동민 한독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수면 문제를 겪는 환자와 새로운 치료 옵션을 찾는 의료진에게 슬립큐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초기 시장에서 의미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 역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임상 데이터와 실제 사용 경험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의 신뢰를 차근차근 입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