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컴이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HANCOM)’으로 사명과 종목명 변경을 마무리했다. 1989년 창립 이후 회사를 상징해 온 ‘한글’을 이름에서 떼고 문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자본시장에 공식화했다.
이번 변경이 기존 문서 사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컴은 아래아한글과 한컴오피스를 통해 확보한 문서 처리 기술과 공공·기업 고객을 AI 사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서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기업 내부 문서를 AI가 읽고 분석한 뒤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다.
AI 전환은 매출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컴의 지난해 별도 매출은 175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AI 패키지 매출은 89억원으로 약 5%를 차지했다. 전체 매출 증가분 162억원 중 54.6%가 AI 사업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1분기 별도 매출은 465억원이며 AI 매출 비중은 11.21%로 확대됐다. 전년 동기 0.04%와 비교하면 AI 사업이 실증 단계를 넘어 유료 공급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11.21%는 연결 실적이 아닌 한컴 별도 매출을 기준으로 한 수치이며 한 분기 성과인 만큼 연간 두 자릿수 비중을 유지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기존 사업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이익은 AI 투자 여력을 뒷받침한다. 한컴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509억원과 영업이익률 29%를 기록했다. 상당수 AI 기업이 대규모 연구개발과 컴퓨팅 비용으로 적자를 내는 것과 달리, 한컴은 문서 소프트웨어에서 확보한 현금 흐름을 AI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에 투입할 수 있다.
AI 전략의 중심에는 ‘소버린 에이전틱 OS’가 있다. 기업과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와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 기존 업무 시스템, 사용자 권한을 연결하고 여러 AI 에이전트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외부 클라우드로 민감한 데이터를 보내기 어려운 공공·국방·금융·에너지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한컴은 올해 3분기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실제 업무 환경에서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상용 제품으로 전환해 국내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 요구가 강한 유럽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 국가공인 연구개발센터 7불스, 현지 AI·IT 기업 알고마인 등과 유럽형 에이전틱 OS 개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 기반으로는 비정형 문서 구조화 솔루션 ‘오픈데이터로더(ODL) 2.0’을 내세운다. 회사가 공개한 벤치마크에서 읽기 순서와 표·제목 추출 등을 합산한 종합 점수 0.90을 기록했다. 이러한 문서 분석 기술은 AI가 보고서와 규정, 계약서, 업무 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에이전틱 OS의 기초 역할을 한다.
사업 적용 사례도 늘리고 있다.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과 BGF그룹 AI 지식검색 시스템, 한국서부발전·한국수력원자력 생성형 AI 사업 등에 한컴피디아와 한컴어시스턴트를 공급했다. 이미 보유한 공공·기업 고객망을 활용해 AI 제품을 추가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신생 AI 기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한컴이 AI 매출 증가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베타 제품이 실제 상용 계약과 반복 매출로 이어져야 하며, 국내 공공사업 중심의 고객 구조를 민간과 해외로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 ‘에이전틱 OS’라는 명칭이 운영체제 시장 진출로 오해되지 않도록 제품의 기능과 과금 방식, 경쟁 제품과의 차이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사명과 종목명 변경은 이미 이뤄낸 AI 전환을 자본시장에 명확히 보여주는 계기”라며 “36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 표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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