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산·판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선회했다. 공급 과잉 속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경쟁 대신 협력 구조로 재편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 롯데케미칼,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여수 석유화학단지 구조조정 사업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재편안의 핵심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설비를 통합해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신설 법인은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이 각각 33.3%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이 생산과 판매를 각각 수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제품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번 재편은 단순한 감산을 넘어 산업 운영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간 경쟁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공급을 조절하고 수익성을 방어하는 협력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에틸렌 생산량 감축이 추진된다. 업계에서는 가동이 중단된 여천NCC 3공장에 이어 2공장(연간 91만5000톤 규모)까지 폐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수와 충남 대산 산단 구조조정을 합하면 연간 138만5000톤 규모의 감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 최대치(370만톤)의 약 67%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재편이 승인될 경우 금융 지원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생산과 판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구조는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 동일 업종 기업 간 생산량 조절이나 판매 방식 통합은 가격 결정과 공급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담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편안은 단순한 설비 통합을 넘어 주요 제품의 생산과 판매까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 변화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신규 사업자 진입 제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공급 과잉 해소와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소비자 후생 감소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승인 과정에서 조건부 허용 또는 일부 사업 구조 수정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판단 결과에 따라 사업 재편 속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여수 재편이 대산에 이어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NCC 및 석유화학 단지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감산 모델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설] 기준도 원칙도 없는 여야 공천…시스템은 없고 사심만 남았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3/23/20260323100118240898_388_13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