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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항암제' 美 담도암 시장 정조준…에이비엘·HLB, FDA 가속승인 '가시권'

안서희 기자 2026-04-01 10:00:10
에이비엘바이오 '토베시미그', 이중항체로 기존 치료제 대비 반응률 3배 확보 HLB '리라푸그라티닙', FDA 우선심사 지정…9월 27일 이전 승인 여부 결정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기업들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담도암’ 치료제 시장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 절차를 활용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HLB가 각각 차별화된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을 앞세워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담도암 2차 치료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미국 콤파스테라퓨틱스에 기술 수출한 ‘토베시미그(ABL001)’는 글로벌 임상 2/3상을 마치고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토베시미그의 핵심은 암세포의 영양 보급로인 혈관 생성을 이중으로 차단하는 ‘이중항체’ 기술이다. 기존의 단일 항체 치료제가 암세포의 우회 경로를 막지 못해 내성이 생겼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실제 이전 발표에서 확인된 객관적 반응률(ORR)은 17.1%로 이는 담도암 2차 치료의 기존 표준 치료제가 보여준 5.3%를 무려 3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이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은 토베시미그는 오는 4월 글로벌 임상 2/3상 중간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번 데이터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재확인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하반기 내 가속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내년 중에는 미국 현지에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HLB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담도암 신약후보물질 ‘리라푸그라티닙(RLY-4008)’의 신약허가 신청(NDA) 본심사에 착수했다. 특히 리라푸그라티닙은 FDA로부터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임상적 가치가 매우 높고 기존 치료제 대비 혁신적인 개선을 보인 신약에 부여되는 혜택이다.
 
우선 심사 지정에 따라 일반 심사(10개월) 대비 기간이 4개월 단축돼 오는 9월 27일 이전에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리라푸그라티닙은 담도암 환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FGFR2’ 특정 단백질 변이를 정밀 타격하는 표적항암제로 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47%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FDA 허가를 받아 시장을 점유 중인 범FGFR 억제제 페미가티닙(36%)이나 푸티바티닙(42%)보다 우수한 수치다. HLB가 최근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담도암 신약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항암제 시장 내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담도암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담도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릴 정도로 초기 증상이 없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수술 후 재발률 또한 매우 높지만 1차 치료 실패 후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2차 치료제가 없어 극심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분야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FDA는 담도암 치료제에 대해 가속승인,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지정 등 유연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바이오가 ‘희망 고문’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데이터와 FDA의 공식 절차를 통해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특히 담도암처럼 대안이 없는 질환에서 우리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혹은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K-바이오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