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국제 유가 불안이 국내 물가의 핵심 고리인 ‘곡물 수입 단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단순히 국제 선물 가격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국내 축산 농가와 식품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수입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분기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국제곡물 4월호’ 보고서에 올해 2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약 5.9%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의 비관적 예상치가 반영될 경우 상승 폭은 6%대 중반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실제 국내로 들어오는 ‘곡물 수입단가지수’다. 식용 곡물은 비교적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가축의 먹이가 되는 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는 전 분기 대비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전망치를 최대로 반영할 경우 상승률은 무려 7.5%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사료용 곡물 가격의 상승은 단순한 원가 부담을 넘어 국내 축산물 가격 체계를 흔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사료비는 축산 농가 생산비의 50~60%를 차지하는 만큼 사료값 인상은 시차를 두고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 단백질 식품 가격의 연쇄 상승을 촉발하는 ‘도미노 인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불안의 전조 현상은 이미 육계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육계 산지 가격은 ㎏당 255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폭등했다. 평년 대비 공급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자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4월에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4월 육계 산지 가격이 ㎏당 2700원 선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병아리 입식 마릿수 감소와 도축 물량 부족이 겹친 결과로 현장의 ‘대닭(큰 닭)’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곡물 가격 상승의 배후에는 복합적인 대외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비료 원료의 수급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곡물 재배 면적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다시 국제 곡물 가격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국제 유가 상승 역시 곡물 시장에는 악재다. 유가가 오르면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수요가 급증하게 되는데 식량으로 쓰여야 할 곡물이 연료로 전용되면서 공급난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철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방역 변수도 여전한 위험 요소다. 만약 대규모 살처분 등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미 사료값 인상으로 취약해진 농가들이 생산을 포기하면서 가격 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곡물 수입 단가 인상은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데 약 3~6개월의 시차가 걸린다"며 "사료용 곡물 가격이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경우 올 하반기 식탁 물가는 상반기보다 더 혹독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경연은 "국제 유가 상승과 주요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 비료 공급 불안 등이 향후 곡물 가격의 강력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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