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설] 지지율 18%, 야당 구실 못 하는 국민의힘은 '간판' 내릴 각오하라

2026-04-05 16:50:00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민주주의는 정부·여당의 권력을 견제하는 건강한 야당이 존재할 때 비로소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야당의 존재감은 사실상 사라졌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태를 겪고도 환골탈태(換骨脫胎)는커녕 민심의 바닥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국민의힘의 모습은 공당(公黨)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추락했고 더불어민주당(48%)과의 격차는 3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창당 이후 최대 격차이자, 12·3 비상계엄 직후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는 국민이 더 이상 국민의힘을 국정의 한 축이자 정부를 견제할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 같은 몰락의 근본 원인은 분명하다. 국민의 심판으로 파면된 ‘윤석열’이라는 정치적 유산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에 실패하면서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분명한 선을 긋고 책임 있는 사과와 쇄신에 나섰어야 함에도 당은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 묶인 채 내부 권력 갈등에 머물렀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 역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공천 갈등과 혼선은 국민의힘이 민생보다 기득권 유지에 매몰돼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도 변화보다 내부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은, 이 정당이 스스로 쇄신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방증한다.

야당 기능의 붕괴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역량과 동력을 모두 잃었다. 국회에서의 견제는 물론 내부 통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권력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잃게 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독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강력한 야당의 부재는 정치 생태계를 왜곡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사실상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 가깝다.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야당의 목소리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 지금처럼 10%대 지지율에 머문 채 특정 지역 기반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새로운 보수 세력의 등장 속에 정치적 공간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는 현재의 지지율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분명한 책임 인식과 함께 관련 인물에 대한 인적 정리가 선행돼야 하며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민생 현안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며 ‘일하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진정성 없는 사과와 형식적 쇄신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금처럼 변화 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국민의힘은 보수 정치 쇠퇴의 상징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것만이 무너진 야당의 기능을 복원하고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찾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