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가전 기업 LG전자가 고효율 히트펌프를 앞세워 자발적 탄소배출권(VCM) 사업 확대에 나섰다. 제품 판매를 넘어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감축 효과까지 자산화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가전 사업 모델을 에너지·탄소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최근 국제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골드스탠다드에 '고효율 히트펌프 기반 연료 전환 탄소감축 프로젝트'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인증제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배출권을 확보해왔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인증 체계로 확대해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제품 사용 단계다. 히트펌프는 공기·물·지열 등 외부 열원을 활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설비로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건물 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히트펌프를 지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제품 특성을 활용해 히트펌프 도입으로 줄어든 탄소 배출량을 정량화하고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그 효과까지 수익화하는 모델이다.
이 지점에서 사업의 성격이 달라진다. 기존 가전 산업이 '제품 판매→애프터서비스' 중심의 일회성 수익 구조였다면 이제는 '제품 판매→에너지 절감→탄소 크레딧'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수익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히트펌프를 통해 소비자가 실제로 줄인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계량화하고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함으로써 제품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확보한 배출권을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기업에 판매해 수익화하거나 이를 다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제품→감축→수익→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가전이 단순 소비재를 넘어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탄소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환경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전이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탄소 감축 수단이자 금융 자산으로 확장되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배경에는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가 있다. 기업들은 직접 배출(Scope1)뿐 아니라 간접 배출(Scope2), 나아가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Scope3)까지 관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 확보 여부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품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를 탄소 감축 성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LG전자의 행보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 2013년부터 고효율 가전을 통해 배출권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냉장고·에어컨 등 개별 제품을 넘어 건물 전체 에너지 시스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은 인증 기준과 가격 변동성이 크고 감축 효과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감축량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 구축 여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또한 국가별 정책과 규제 체계가 상이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일관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탄소 감축은 비용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가전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에너지와 탄소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가 히트펌프를 통해 구축하려는 모델은 변화의 단면이다. 제품을 넘어 탄소까지 판매하는 시대, 가전 산업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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