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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운의 강철부대] '경험형 AI' vs '공간형 AI'…삼성·LG가 나눈 인공지능 세계

정보운 기자 2026-04-26 07:00:00
삼성, 디바이스 기반 체험 확대·LG, 주거 공간 중심 통합 환경 구현
※ '강철부대'는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경쟁과 기술 전쟁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보이지 않는 칩부터 글로벌 공급망까지, 산업의 최전선을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2026 월드IT쇼' 삼성전자관 전경 [사진=삼성전자]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인공지능) 경쟁의 전장을 제품에서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AI가 개별 기기에 탑재되는 기능을 넘어서 사용자가 머무는 환경 전체를 작동시키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 현장은 이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전시장에 등장한 기술은 성능 우위보다 체감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AI를 '보이는 경험'으로 풀어냈다.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스페이셜 사이니지와 AI 기반 동선 안내는 단순한 전시 장치가 아니라 관람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했다.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화면이 아니라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반응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로 확장된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체험존 전반에서 이어졌다. 마이크로 RGB, 갤럭시 S26 체험, XR·게임존까지 연결되며 개별 기술이 나열되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AI는 기능으로 설명되기보다 콘텐츠와 경험 속에 녹아들어 사용자 반응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2026 월드IT쇼' LG전자 전시관 전경 [사진=LG전자]

반면 LG전자는 AI를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 제시했다. '당신을 위한 집(Dear Home)'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관 전체를 하나의 주거 공간으로 구성하며 AI를 제품이 아닌 생활 시스템으로 풀어냈다.

귀가 순간 조명과 공조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주방에서는 식재료 기반으로 메뉴가 추천되며 시어터 공간에서는 상황에 맞춰 음향이 조정된다. 개별 가전은 독립된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작동하는 요소로 배치됐다.

이 구조에서 AI는 특정 기기에 들어간 기능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운영하는 체계로 작동한다.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환경이 먼저 반응하고 생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태다.

양사의 접근은 명확하게 갈린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면 LG전자는 공간과 환경을 통해 생활 자체를 조직하는 방향을 택했다. 같은 AI라도 적용 영역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 셈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범용화가 자리한다. 대형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며 스마트폰, TV, 가전 등 대부분의 디바이스에 AI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AI 탑재 여부 자체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단순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AI의 실제 작동 방식과 사용자 경험 변화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정의하고 있다. 동일한 기능이라도 적용 환경과 연동 구조에 따라 체감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제품 단위 경쟁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디바이스 간 연결성과 공간 단위 통합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를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조직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수익 구조 역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구독과 관리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확장되며 수익 창출 방식이 장기·반복형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AI를 기반으로 제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사용 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디바이스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개별 제품이 아닌 공간 단위로 서비스를 묶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가전, 모바일, 콘텐츠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동될 경우 단일 제품 판매 대비 고객 접점이 확대되고 추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LG전자는 구독형 가전과 관리 서비스를 통해 제품 사용 전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간 연동을 강화해 생태계 기반의 서비스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기업 모두 AI를 기반으로 장기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는 셈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AI 경쟁은 더 이상 제품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 공간을 중심으로 한 환경 설계 경쟁이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넘어 집, 나아가 도시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닌 적용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능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 설계와 연결 구조다. AI를 탑재한 기업이 아니라 공간을 설계한 기업이 결국 시장 주도권을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