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노조와 lg유플러서 노조 갈등은 단순한 기업별 갈등으로 축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노조와 LG유플러스 노조 간의 충돌은 표면적 현상일 뿐, 그 이면에는 한국 노동운동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와 책임의식 결여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지적한 것은 결코 특정 기업이나 특정 노조만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동권의 보호는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수준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노조가 이를 타 노조의 문제로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책임 있는 사회 주체로서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노조는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권익이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요구만을 절대화하고 타 조직을 ‘먹잇감’으로 삼는 식의 발언은 노동운동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해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는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운동의 방향성과 철학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징후다.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억울함을 토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누가 더 과도한 요구를 했느냐’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다. 본질은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연대보다 경쟁과 분열이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노노 갈등이 심화될수록 기업과 정부, 나아가 시장 전체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이는 결국 노동자 전체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특히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으며 산업 전반에 왜곡된 신호를 줄 가능성도 있다. 시장 환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기업의 성과 역시 매년 변동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요구를 고정화하는 것은 책임 있는 협상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노조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지난 수십 년간, 그 위상은 분명히 높아졌다. 그러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거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난 일부 대기업 노조는 이제 사실상 경제 주체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의 투쟁 논리에 머무른다면 국민적 공감은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노조는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권리 주장 이전에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연대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타 조직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노동운동의 본령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자정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노동시장의 안정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 개입은 신중해야 하지만 사회 전체의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 이를 방관하는 것 또한 무책임한 태도다.
지금 노동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스스로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의 강제적 조정을 맞이할 것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책임 없는 권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노동운동이 진정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이제는 권리만큼이나 책임을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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