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비공개 협의도 취소…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 글로벌 수주 '경고등' 켜지나

안서희 기자 2026-05-20 17:26:37
임금 14.3% vs 6.2%…입장차 여전 CDMO 특성상 신뢰 타격 우려…수주 영향 촉각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경제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바이오 생산 거점으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공개 협의마저 취소되면서 협상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파업 여파와 수주 영향까지 겹치며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전날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3자 면담 이후 예정돼 있던 후속 비공개 대화를 취소했다. 앞서 진행된 사후조정 회의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협상 재개 시점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갈등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이견에서 출발했지만 단체협약을 둘러싼 권한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과 350만원 정액 인상, 1인당 3000만원의 타결금 지급,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임원 임명 통지, 인력 배치 및 성과 배분 시 노조 의결 의무화, 회사 분할 및 외주화 시 노조의 심의·의결권 보장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재무 여력과 중장기 투자 계획을 고려해 6.2% 임금 인상과 600만원 일시금을 제안하며 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글로벌 수주 대응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요구 수준 차이가 큰 데다 협상 의제 자체가 확장되면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구조가 형성됐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에 돌입한 이후 쟁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이달 1일부터 5일까지는 전면파업을 실시했고 이후에는 준법투쟁 방식으로 전환했다. 생산 차질도 현실화됐다. 업계에서는 일부 공정 중단으로 약 1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다. 계약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 특성상 납기 지연이나 생산 불확실성은 곧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고객사에서는 생산 일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파업 장기화가 신규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신규 계약 증가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사 간 법적 공방도 병행되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노조 역시 사측 인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맞고소했다. 협상과 별개로 갈등의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와 맞물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여부도 변수로 거론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에 이를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협상에도 일정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사 역시 협상 난항을 겪으며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룹 전반의 노사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 임금 협상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노사 관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품질과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