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이스라엘, 이란 공습 재개 경고…중재국들 휴전 연장 총력전

선재관 기자 2026-05-23 09:00:27
카타르·파키스탄, 테헤란서 막판 조율 핵·호르무즈·제재 완화 놓고 강경 대치
트럼프 대통령[AP=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확전 기로에 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며칠 안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은 휴전 연장과 협상 재개를 위한 막판 조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할 수 있으며 중재국들이 이를 막기 위해 의향서나 양해각서 형태의 제한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정식 종전 합의가 아니라 휴전을 연장하고 향후 핵 협상의 틀을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로이터도 카타르 협상단이 미국과의 조율 아래 이란 테헤란에 도착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 도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그동안 중동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전쟁 과정에서 자국 액화천연가스 시설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 피해를 입으면서 한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 중재단의 테헤란행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 제재 완화를 둘러싼 협상이 중대 국면에 접어든 신호라고 해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논의 중인 방안에는 30일간 핵 협상을 이어가도록 하는 양해각서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재고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미루는 방식이 거론된다.

핵심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장기간 중단하고 무기급에 근접한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미국 측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즉각적인 합의는 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 제한 해제, 금융 제재 완화에 국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이 핵물질 재고와 우라늄 농축 문제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이란의 농축 능력과 핵분열 물질 재고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WSJ은 제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등 경제 분야 표적을 겨냥해 단기간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지만 이란은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광범위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확전을 감수하고 군사 압박을 재개할지 아니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기존 요구를 일부 완화하고 외교적 시간을 더 줄지 결정해야 한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공습을 요구하는 보수 진영과 참모들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외교에 시간을 더 주려는 기류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의 온도 차도 변수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능력을 충분히 억제하지 않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도 전술적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중재국들의 목표는 당장 완전한 평화협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휴전 붕괴를 막고 핵 협상과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다음 단계로 넘길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문서를 만드는 데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주된 중재자로 움직이고 있고 카타르는 테헤란 현지 협상을 통해 접점 찾기에 나섰다.

문제는 시간이다. 휴전이 흔들릴수록 군사적 오판 가능성은 커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물류망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이 해상 통행 제한과 제재 완화를 먼저 요구하고 미국이 핵물질 처리와 농축 중단을 먼저 요구하는 한 협상의 접점은 좁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미국·이란 양자 갈등을 넘어 중동 안보 질서 전체와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LNG 수송의 핵심 통로다. 전쟁이 재개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 해상 보험료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