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 규명이 구조물 자체를 넘어 사고 전 대응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당일 새벽 교량 상부에서 29㎜ 처짐이 확인된 이후에도 공사가 진행된 경위와 관계기관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검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오는 12일까지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공사와 관련한 철도안전관리체계 수시검사를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붕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검사의 핵심은 사고 발생 전 안전관리 과정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철거 작업 승인을 받을 당시 부여된 안전관리 이행조건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당시 서울시는 공사 과정에서 철도시설물 변형이 우려되거나 열차 운행에 위험을 초래할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사를 중지하고 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도록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
국토부는 사고 당일 새벽 철거 작업 과정에서 약 2.9㎝ 규모의 교량 상부 단차가 확인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상황이 작업 중단과 관계기관 협의를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위험 상황이었던 만큼 이후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시검사에서는 코레일과 철도공단, 서울시, 시행사 간 협의 과정과 보고 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사고 발생 전후 의사결정 과정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시공사가 코레일과 진행한 작업 협의·승인 절차 역시 점검 대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진행된 작업은 구조물 붕괴 가능성과 낙하물 추락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열차 운행 중 이뤄졌다.
시공사가 코레일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실제 작업 목적과 승인 내용이 일치했는지도 들여다본다. 작업의 주된 목적이 안전점검과 사고 예방 조치였음에도 승인 과정에서는 ‘슬래브 전도 방지’ 목적으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협의·승인 절차가 낙하물 추락 등에 따른 철도교통 사고 예방과 신속한 운행 통제 조치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절차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경찰 수사 의뢰와 감사 요청 등 후속 조치도 검토한다. 아울러 철도보호지구 내 공사에 대한 관리체계와 시공사의 보고 절차 강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유사 시설물에 대한 점검도 확대된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 국토안전관리원, 시설물 관리주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철도횡단 교량 가운데 안전등급 D등급 이하 시설물을 포함한 취약교량 4곳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다.
점검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구조적 안전성과 유지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설물에 대해서는 보수·보강과 정밀안전진단, 계측관리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발생했다. 해당 공사는 지난해 4월 시작됐으며 사고 당시 공정률은 약 88.5% 수준이었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새벽 마지막으로 남은 8·9번 슬래브 가운데 9번 슬래브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약 29㎜ 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강판을 설치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안전진단이 진행됐지만 오후 2시33분께 구조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고 서울시 공무원과 서대문구 직원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철도보호지구 내 작업 시 협의·승인절차 전반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 위법 사항을 조사할 것이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취약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철저히 실시하고 철도보호지구 내 작업안전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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