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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윤석열, 감당하지 못한 자리의 대가

한석진 기자 2026-07-29 17:04:42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징역 7년 확정판결에 따라 법무부가 등록취소를 명령했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절차를 마쳤다.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된 데 이어 법조인으로 돌아갈 길도 막혔다. 감당하지 못한 자리에 오른 대가는 그 자리 하나를 내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큰 자산은 검사 경력이었다. 정치 경험도 행정 경험도 없던 그가 단숨에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검찰에서 얻은 명성과 이미지 덕분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강골 검사, 외압에 굴하지 않는 검찰총장,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그의 정치적 밑천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날 때 헌법정신과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국민은 오랜 검사 생활을 통해 법을 알고 권력의 위험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대통령의 권한도 절제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 기대는 빗나갔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에게 필요한 능력과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다르다는 사실을 끝내 깨닫지 못했다. 검사는 범죄 혐의를 가리고 책임을 추궁한다.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는 명령과 지휘가 통하지만 정치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윤 전 대통령에게 국회는 설득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국정 운영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가까웠다. 야당과의 갈등은 정치로 풀지 않았고 비판은 적대 행위처럼 받아들였다. 대통령에게 맡겨진 권한을 국가를 통합하는 수단보다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힘으로 여긴 흔적이 국정 곳곳에 남았다.
 

12·3 비상계엄은 그런 권력관이 도달한 마지막 장면이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이 침해됐다. 국가의 중대사를 숙의해야 할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이미 내린 결정을 뒤늦게 통보받는 절차로 전락했다. 군과 경찰이 국회에 투입됐고 헌법기관의 권능이 위협받았다. 정치적 갈등을 풀지 못한 대통령이 헌법상 비상권한을 꺼내 들었다.
 

대통령은 헌법을 지키라고 국민이 권한을 맡긴 사람이다. 자신의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헌법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가장 강한 권한을 가졌으면서도 그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해서는 안 되는지 알지 못했다. 권력의 크기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 결과였다.
 

계엄 이후의 모습은 검사 윤석열이 내세웠던 법치의 실체까지 허물었다. 평생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해 온 사람이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대통령경호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집행을 막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법에 따르라고 요구했던 전직 검사가 자기 차례가 되자 국가기관을 방패로 세웠다.

 

대법원은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적법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법치는 상대방을 수사하고 처벌할 때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절차까지 받아들일 때 비로소 법치라고 부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을 집행하는 권한에는 익숙했지만 법의 통제를 받는 자세는 보여주지 못했다.
 

변호사 등록취소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데 따른 법률상 조치다. 27년의 검사 경력이 기록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경력이 지녔던 사회적 의미는 이미 무너졌다. 법과 원칙을 앞세워 얻은 신뢰를 법과 헌법을 거스른 행동으로 소진했다. 검사 윤석열이 쌓은 자산을 대통령 윤석열이 탕진한 셈이다.
 

대통령 자리는 지난 경력에 대한 포상이 아니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환호를 확인하는 자리도 아니다. 권한의 유혹을 이겨내고 반대 의견을 견디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경계 안에 자신을 묶을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높은 자리는 사람의 그릇을 키워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의 크기와 한계를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잃었다. 형이 확정돼 자유를 잃었고 변호사 등록도 취소됐다. 그가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 쌓아 올린 법치와 원칙의 명분도 함께 무너졌다. 권력을 잡는 능력과 권력을 감당하는 능력이 얼마나 다른지 자신의 몰락으로 보여줬다.
 

감당할 능력보다 큰 권한을 쥔 사람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쌓은 명예와 신뢰까지 잃는다. 윤석열은 대통령직만 잃은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윤석열까지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