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연골세포라더니 신장세포"…인보사 결함 인정

안서희 기자 2026-07-30 09:54:43
법원 "안전성 결함 존재"…환자·유가족에 6억대 배상 판결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사진=코오롱생명과학]

[경제일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코오롱 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환자들에게 투여된 의약품이 허가 당시 알려진 성분과 달랐고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15명과 사망 환자 3명의 유가족 등 총 18명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약 6억6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생존 환자에게는 1인당 3000만원, 사망 환자에 대해서는 5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또한 해당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의료재단에도 일부 책임을 인정해 사망 환자에 대해 14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인보사가 허가 당시 설명된 ‘연골세포 치료제’가 아니라 종양 유발 위험이 있는 신장유래세포(GP2-293)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제조물로 판단했다. 특히 제조사가 당시 기술 수준으로 성분 차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허가 내용과 다른 세포를 사용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며 연골세포 치료제인 것처럼 표시·광고한 행위 역시 허위·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인보사의 결함을 알 수 있었음에도 제조 및 판매를 지속했다”며 “환자들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투여받은 데 따른 정신적 손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 측이 주장한 암 발생이나 사망과 인보사 투여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해당 치료제가 연골세포를 기반으로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혁신 신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9년 3월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 해당 세포는 종양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어 안전성 논란이 커졌고 결국 제품 유통과 판매는 전면 중단됐다.

식약처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허위로 작성·제출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형사 수사와 함께 다수의 민사 소송이 이어지며 ‘인보사 사태’는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대됐다.

한편 이웅열 명예회장은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기소됐지만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사 책임은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