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제약 인증제 14년 만에 개편…정부, R&D 투자 기준 강화

안서희 기자 2026-08-03 09:07:17
평가 간소화·투자 확대 유도로 산업 체질 개선 추진 중소기업 부담 속 연구개발 투자 확대 압박
보건복지부. [사진=아주경제DB]

[경제일보] 정부가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14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연구개발(R&D) 투자 기준을 높이고 평가 체계를 정비해 신약 개발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공포·발령했다. 2012년 도입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세제·약가 우대 등 각종 지원과 연계되는 핵심 제도로 이번 개편은 제도 도입 이후 첫 대대적 손질이다.

개편의 핵심은 R&D 투자 기준 강화다.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기업 규모별로 일괄 상향됐다.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기존 5%에서 7%로 1000억원 미만 기업은 7%에서 9%로 기준이 올라간다. 특히 중소 규모 기업의 경우 최소 7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공공기관으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 판정을 받은 기업 역시 기준이 기존 3%에서 5%로 강화된다.

다만 기업 부담을 고려해 강화된 기준 적용은 시행일로부터 3년간 유예된다. 정부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R&D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가 체계도 간소화되고 객관성이 강화된다. 인증 심사 총점은 기존 120점에서 100점으로 조정됐고 평가 항목도 25개에서 17개로 줄었다. 연구개발 투자, 임상시험 건수, 수출 규모 등 핵심 항목은 정량 지표로 전환해 평가의 투명성을 높였다. 여기에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기여도를 반영하는 항목이 새롭게 도입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평가에 포함된다.

리베이트 등 위반 행위에 대한 결격 기준도 현실화됐다. 기존에는 행정처분일 기준으로 5년 이내 위반 이력이 있으면 인증에 불이익을 받았으나 이번 개정으로 위반행위 종료일 기준으로 변경됐다. 또한 행정심판이나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최종 기각 결정 이후 1년 이내에 인증 취소가 가능하도록 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외국계 제약사를 위한 별도 인증 유형도 신설됐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 글로벌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일반 혁신형 제약기업과 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을 구분하고 국내 연구·생산시설 투자 등 항목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지표를 조정했다.

아울러 인증 심사 결과 공개 범위도 확대된다. 세부 심사 지표와 최저 합격점수(65점)가 고시에 명시되며 탈락 기업에는 구체적인 미인증 사유가 통보된다. 그동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한 달간 인증 신청을 받아 심사위원회와 제약산업 육성·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신규 인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소·중견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인증제 개편이 실제 신약 개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