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메가특구 둘러싼 '산업과 노동' 정책 충돌 본격화

권석림 기자 2026-08-11 10:33:05
"특정 산업 예외가 가져올 확대에 경계심"
김종훈 진보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메가특구를 둘러싼 '산업과 노동' 정책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와 좌파 진영은 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메가특구 주 52시간 예외’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특례가 필요하더라도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까지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 52시간제가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인 만큼 특정 산업이나 지역을 이유로 예외를 확대할 경우 노동시간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당은 11일 정부의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검토를 "노동권 후퇴 시도"로 규정하며 관련 논의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김종훈 대표를 비롯한 진보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특구 주 52시간제 완화는 산업을 첨단화하겠다면서 노동시간과 고용은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는 사회적 기준"이라며 "메가특구가 노동법 적용의 예외 지대가 된다면 그 예외는 다른 지역과 산업으로 확산해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구’라는 이유로 주 52시간제 적용에 예외를 둘 경우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법적 기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특정 산업에서 시작된 예외가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검토안이 주 52시간제 예외 대상을 소득 상위 3% 관리자·연구개발 노동자로 한정하고 노동자 동의를 전제로 내세운 점도 반박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각각 "소득을 이유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차등 적용할 수 없다", "인사·평가·승진권을 가진 회사 앞에서 개별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자유롭게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첨단산업 경쟁력은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첨단산업 육성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번 회견은 메가특구를 둘러싼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의 충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진보당이 노동계와 좌파 진영의 반대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 현장의 근로 시간을 더욱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기업 역시 연구개발과 생산 일정 등을 이유로 현행 노동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주 52시간제의 예외 여부를 넘어 앞으로 정부의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쟁점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정부가 메가특구를 중심으로 규제 특례를 확대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고, 반대로 노동계의 우려를 반영해 노동시간 보호장치를 강화할 경우 기업과 산업계에서는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국회와 정부의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노동계와 산업계 사이의 논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업 경쟁력’이라는 명분과 ‘노동권 보호’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메가특구의 주 52시간 예외 문제가 노동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10일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메가특구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된 광주 군 공항의 시설 이전은 2028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2차 점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연내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하고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 시설과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을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메가프로젝트가 과감한 규제 혁신과 부처 간 벽 허물기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청와대에 신설 예정인 메가프로젝트 전담 조직과 함께 총리실에 '메가프로젝트 범정부 지원 협의회'를 둬 부처 간 협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관련 법령의 재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메가특구특별법을 둘러싸고는 '주 52시간제 완화' 등 노동 특례 포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입장차가 노출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이 주 52시간제와 직접 연관된 사항은 아니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