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기존 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동시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손질하는 8·13 공급대책을 내놨다. 수도권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지만 발표한 물량이 실제 주택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업을 집행할 지방자치단체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어 인허가와 보상, 주민 협의 등 현장 병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이번 대책의 실행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에 23만가구+α의 추가 공급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택지 16만가구+α, 도심 1만4000~2만4000가구+α, 민간 5만9000가구+α를 추가 확보하는 내용이다.
먼저 정부는 연내 수도권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가구 이상을 발표한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1000가구와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2만1700가구, 경기 광주시 장지동 4500가구 등 약 2만7000가구의 입지를 공개했고 나머지 7만3000가구 이상도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는 착공을 1~2년 앞당긴다. 이 가운데 2031년 이후 착공 예정이던 4만1000가구를 2030년 안으로 당기고 신규 공공택지는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 등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학교·상업·업무용지 등 공공이 보유한 도심 부지를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정비사업 규제를 낮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23만4000가구의 착공을 지원하고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완화하기로 했다. 공공부지 활용과 정비사업의 초기 절차 단축을 통해 도심 공급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13 공급대책 발표 후 진행된 제43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급 확대와 속도를 거듭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감소하며 ‘공급 절벽’이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택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책 발표에 그치지 말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만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번 공급대책을 두고 온도차가 나타났다. 서울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서울지역 그린벨트 활용은 원칙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민 생활과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책이 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마련됐다며 유감도 표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 자산인 만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더 직접적인 공급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태릉골프장 6800가구 공급이 예정된 노원구 역시 공급 확대 방침에는 공감했지만 교통과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정부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연내 마치고 2029년 착공한다는 일정을 제시했지만 태·강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저밀도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인근 도로망과 6호선 지선 등 광역교통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강서구는 염창공원 1000가구 공급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20년 넘게 방치된 훼손지 문제가 공공개발을 통해 해결될 수 있게 됐다며 지역 숙원 해소로 받아들였다. 같은 공급대책이라도 사업지별 여건에 따라 지자체 반응이 갈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와 정비사업, 비아파트까지 공급 경로를 넓힌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급 목표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인 만큼 토지보상과 주민 협의, 사업성 확보 등 현장의 병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은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재개발·재건축과 소규모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기존 도시공간을 주거용으로 활용하려는 방향은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결국 발표된 공급 물량보다 사업승인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얼마나 전환되고 준공·입주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표하는 것보다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실제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23만가구+α라는 숫자보다 얼마나 빨리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인허가와 보상, 정비사업 갈등을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풀어내느냐가 대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와 수도권 공급의 큰 축인 민간 부문 활성화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무주택 서민들의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진행 과정을 국민에게 수시로 공개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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