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 달 전 텅 빈 매대로 위기감을 드러냈던 홈플러스가 닷새 만에 437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13일 영업을 재개한 뒤 올린 매출로 영업 잠정 중단 직전인 지난달 2~6일 매출 150억원 대비 191%, 약 3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일평균 매출도 30억원에서 87억원으로 뛰었다. 하루 평균 고객 수 역시 13만8200명에서 23만9600명으로 74% 증가하며 매장에는 다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정반대였다. 자금난으로 신선식품을 제대로 납품받지 못하면서 냉장 매대에 주방 식기와 플라스틱 용기를 진열해야 했다. 자연스레 고객의 발길도 줄어들었다. 이랬던 홈플러스에 다시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가 돌아왔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당장 '매출 3배'라는 숫자만으로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숫자의 분모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지난달 2~6일은 정상적으로 상품을 공급받으며 영업하던 때가 아니다. 상품 공급 차질과 고객 이탈이 겹치며 매출이 크게 위축된 시기다. 바닥까지 내려갔던 숫자와 비교한 191%라는 증가율만으로 본업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재개장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전국 67개 점포의 문을 다시 열면서 한우·치킨·돼지고기 등 주요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대규모 행사를 시작했고 이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재개장한 대형마트에 대한 관심과 파격 할인이 맞물린 만큼 현재의 고객 증가가 일시적인 '재개장 특수'인지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 홈플러스가 근시일 내 증명해야 할 것은 단기적인 매출 증가가 아니라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이다.
첫 번째 시험대는 고객이다. 할인행사가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다시 카트를 끌고 홈플러스를 찾아야 한다. 일시적 호기심이나 응원 소비 차원이 아니라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을 되찾아야 비로소 유통업 경쟁력이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협력사다. 지난달 홈플러스 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은 텅 빈 매대였다. 대형마트는 고객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품을 제때 채워줄 협력사가 필수적이다.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 과정에서도 협력업체들과 납품 협의를 진행해왔다. 고객의 신뢰만큼 협력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은 현금 창출력이다. 홈플러스가 확보한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은 급한 불을 끌 시간은 마련해줬지만 그 자체로 회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홈플러스가 지난 12일 제출한 2차 수정 회생계획안에서도 67개 핵심 점포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 여부가 계획 수행의 주요 관건으로 꼽힌다. 매출 회복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확보는 별개의 문제다.
시간도 많지 않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심리·결의할 관계인집회는 다음달 2일 열리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9월 4일까지다. 지금의 매출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채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437억원의 매출은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소비자들이 다시 홈플러스의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회생은 '다시 한번 가보자'는 고객을 불러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주에도 다시 가겠다'는 고객과 '다음 달에도 납품하겠다'는 협력사를 만들어야 한다.
유통업의 회복은 재개장 닷새의 매출보다 그다음 매출로 증명된다. 홈플러스에 당장 필요한 것은 매출 191% 라는 화려한 증가율이 아니라 할인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고객들의 장바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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