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내 완성차 시장이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내수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당 보조금은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 전기차 판매 확대가 완성차 전체 내수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KGM)·르노코리아·GM한국사업장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7만9601대로 전년 동월 11만1003대보다 28.3% 감소했다.
현대차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3만4333대를 판매해 41.1% 감소했고 기아는 4만213대로 7.6% 줄었다. KGM과 르노코리아, GM한국사업장도 각각 43.3%, 47.7%, 39.4% 감소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다른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23만5867대로 지난해 연간 등록대수 22만919대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연간 신규 등록은 약 3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으며, 내년에는 5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를 고려해 내년 보조금 지원 물량을 올해보다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은 2조1403억원으로 올해 1조6114억원보다 32.8% 늘어난다. 보조금 지원 물량은 30만대에서 43만대로 43% 증가한다.
승용차 지원 물량은 26만대에서 36만8160대로 41.6% 늘어나며 승합차는 3500대에서 4500대, 화물차는 3만5837대에서 6만1000대로 확대된다.
다만 지원 물량 확대가 소비자 1인당 혜택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중·대형 승용 전기차의 대당 보조금 예산단가는 올해와 같은 300만원으로 유지된다. 승합차 역시 대당 7000만원으로 유지된다.
소형 화물차는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대당 지원액을 높이기보다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선다.
내년 승용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은 10만8160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올해보다 국고보조금 수혜 대상이 확대될 수 있지만, 차량 가격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은 강화된다.
내년부터 전기승용차의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 가격은 53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아진다. 기본 가격이 5000만원 미만인 차량은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고, 5000만원 이상 8000만원 미만 차량은 50%만 지원된다. 8000만원 이상 차량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가 전기차의 보조금 지원 범위는 올해보다 좁아진다.
세제 측면에서는 보조금 확대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도 있다. 내년 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는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된다. 보조금 지원 물량이 늘더라도 차량 가격대에 따라 소비자가 구매 부담 완화 수준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판매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를 주력 차종으로 내세우거나 신규 전기차 출시를 앞둔 업체는 보조금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판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보조금 확대가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 증가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보조금은 국내 생산 전기차뿐 아니라 지원 요건을 충족하는 수입 전기차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늘어난 지원 물량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증가로 모두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보조금 확대가 완성차 5사의 전체 내수 판매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전기차 판매 증가 규모에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전기차 신규 등록 50만대 이상이 현실화하면 전기차는 완성차 내수의 하락폭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구매 시점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인 만큼 지원 물량 확대가 판매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구매 수요를 높이려면 지원 대수를 늘리는 방식보다 차량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대당 보조금을 확대하거나 취득·세제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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