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전기차를 충전하지 않고 충전구역에 세우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충전이 필요한 차량을 위해 충전구역을 비워두는 것은 전기차 이용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이용 질서다. 그러나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용자 책임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관리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이용자에게만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9월 30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에는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충전구역에 주차하는 경우 충전 방해행위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제도에서도 전기차가 충전구역에 일정 시간 이상 계속 주차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2022년부터는 충전 방해행위의 시간 산정 기준을 ‘충전 시작 시점’에서 ‘주차 시점’으로 바꿔 충전을 시작하지 않은 차량도 일정 시간을 넘기면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충전구역을 일반 주차공간처럼 이용하는 전기차를 제재하는 취지는 타당하다. 충전이 필요한 차량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 충전구역의 본래 목적에 맞게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충전구역을 둘러싼 이용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용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충전하지 않은 차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다. 전기차 운전자가 건물에 잠시 다녀오기 위해 충전구역에 차량을 세운 경우 차량 외관만으로는 충전시설을 이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충전을 시도했지만 충전기 고장이나 통신 오류 등으로 충전에 실패한 차량도 마찬가지다.
충전기 사용 기록을 통해 실제 충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판단이 가능하지만, 모든 충전구역에서 같은 수준의 데이터가 확보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충전 여부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충전을 시도했지만 시설 문제로 이용하지 못한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도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충전시설을 관리하는 주체의 책임도 함께 봐야 한다. 충전구역을 주차공간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이용자가 지켜야 할 의무지만,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은 충전사업자와 시설 관리주체의 몫이다.
이용자에 대한 제재 범위를 넓히는 만큼 충전시설의 관리 수준도 뒷받침돼야 한다. 충전기 고장이나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가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 고장 접수 이후 신속하게 복구되는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용자에게 어느 수준의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충전구역을 비워두는 책임만 전기차 이용자에게 부과해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다. 충전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고장과 장애에 대응하는 관리 체계, 이용자가 불가피하게 충전하지 못한 상황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용자 제재와 인프라 관리가 균형을 이뤄야 충전구역을 둘러싼 갈등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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