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입증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다음 분기에는 분기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AI 열풍이 일시적인 투자 붐을 넘어 실제 서비스와 매출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회계연도 2027년 2분기(4월 27일~7월 26일) 매출이 962억2100만달러(약 133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922억달러 수준도 웃돌았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급증하며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22달러로 시장 예상치도 상회했다.
◆ AI 투자, ‘빅테크만의 잔치’에서 기업 전체로
이번 실적에서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센터 매출의 성장 폭뿐 아니라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487억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를 제외한 AI 클라우드·기업·산업 고객 매출은 403억달러로 138% 늘었다. AI 인프라 투자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에서 AI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 각국의 주권형 AI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은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있으며 이제 연산 자체가 매출이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돈을 쓰는 단계에서 벗어나 AI가 실제 업무와 서비스에 투입되면서 더 많은 연산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이 이미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을 1080억달러±2%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 약 1049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의미로, AI 인프라 산업이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에이전트 확산도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사람이 한 번 질문하고 답을 받는 생성형 AI와 달리 에이전틱 AI는 검색·추론·도구 호출·실행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에 따라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증가한다. 엔비디아 역시 데이터센터를 넘어 네트워크와 CPU, 소프트웨어까지 AI 공장(AI Factory) 생태계를 확장하며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 중국은 변수…현금창출력은 여전히 막강
한편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았다. 엔비디아는 2분기 중국에 공급한 호퍼 계열 데이터센터 제품 매출이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1%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3분기 전망에는 중국의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계속되는 만큼 중국 시장 회복 여부는 향후 실적의 변수다.
현금흐름과 투자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 엔비디아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13억달러로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지만 전분기보다는 크게 감소했다. 매출채권도 약 631억달러까지 증가해 매출 증가 속도만큼 현금 회수가 따라오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공급망 확보를 위해 메모리 등 핵심 부품 조달 약정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시장 반응도 실적 발표 직후에는 엇갈렸다. 정규장에서 1.59% 하락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한때 약세를 보였지만, 3분기 가이던스와 젠슨 황 CEO의 낙관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약 4% 상승하는 등 반등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투자 사이클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GPU를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보다 그 연산 능력으로 실제 매출과 생산성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진다. 엔비디아가 1000억달러 분기 매출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AI 거품 논쟁의 다음 시험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투자의 수익성’으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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