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20년 임대하라"면서 세제혜택은 미정…누가 사업 뛰어드나

한석진 기자 2026-09-07 09:18:11
정부, 20년 이상 공공지원민간임대 도입 국토부 "관계부처 협의 진행된 바 없어" 20년 자금 묶이는 사업…민간 참여 끌어낼지 의문
사진=유대길 기자


[경제일보] 정부가 20년 이상 운영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를 새로 도입했지만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좌우할 세제 지원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임대사업에 금융지원만 늘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7일 2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법인 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세제지원 사항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에서 기존 10년 공공지원민간임대에 20년 이상 장기임대 유형을 추가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내놓은 유인책은 우선 금융에 집중돼 있다. 20년형 사업의 주택도시기금 출자 한도는 총사업비의 11%에서 14%로 높이고 가구당 융자 한도도 최대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HUG 보증을 활용해 건설기간과 임대운영기간을 합쳐 최대 34년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기 모기지도 도입한다.
 

문제는 20년 임대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금융비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을 20년 동안 보유하면 사업자는 그 기간 동안 보유세와 운영비를 감당해야 한다. 분양사업처럼 준공 뒤 분양대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없다. 임대료 수입을 바탕으로 장기간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 단계의 세금은 사업 수익률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신유형 장기민간임대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토부는 20년 의무임대에 상응해 도시계획·세제·금융·택지 등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법인이 신축주택을 매입해 장기임대할 경우 종부세 합산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세제 당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8·13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금융 지원부터 먼저 확대한 이유도 장기임대사업의 낮은 수익성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임대료 수입만으로 20년간 사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다. HUG가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장기 모기지도 보증비율과 보증료, 취급 금융기관 등 구체적인 조건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임대주택 정책에서 사업자의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기간과 임대료에 제한을 두면 그만큼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지원이 지나치면 특혜 논란이 생기지만 지원이 부족하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
 

과거 경험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민간참여형 임대주택 제도가 뉴스테이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 신유형 장기임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세제혜택과 임대료 규제, 공급조건이 계속 달라져 민간 사업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잦은 변경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20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민간 사업자가 주택을 지어 잠시 임대하다 파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간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사업자가 20년 뒤까지 수익과 비용을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먼저다.
 

20년이라는 임대기간은 정했는데 세금은 아직 관계부처 협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릴 기준부터 부족하다. 민간이 들어오지 않는 장기민간임대는 공급대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