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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준공 뒤에도 끝나지 않은 발릭파판…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손실 분담' 분쟁

한석진 기자 2026-09-07 10:37:38
인니 국영건설사 반기보고서에 내부 손실 배분 분쟁 적시 '거버넌스 취약 징후·포렌식 결과'도 언급 현장 공사 끝났지만 최종 손실 정산은 아직
[그래픽=ChatGPT Image]

[경제일보]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한 4조원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사업의 손실 정산이 준공 뒤에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컨소시엄 참여사인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사 PT PP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내부 손실 배분을 둘러싼 분쟁과 최종 부담액의 불확실성을 다시 공시했다.
 

7일 경제일보가 PT PP의 2026년 반기 연결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발릭파판 RDMP(RDMP RU-V Balikpapan) 사업의 최종 손실 부담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PT PP는 현대엔지니어링, 현지 엔지니어링업체 PT Rekayasa Industri와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참여했다. PT PP의 지분은 19.8%다.

 

PT PP는 지금까지 사업 수익성 악화와 계약상 부담 등을 반영해 지분에 해당하는 손실을 회계에 반영했다. 문제는 이 금액이 최종 정산액이 아니라는 데 있다.
 

PT PP는 반기보고서에서 컨소시엄 내부의 손실 배분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거버넌스 취약 징후 및 포렌식 결과’, 발주처와의 잠재적 클레임, 발주처에 대한 연대책임 가능성도 최종 부담액을 좌우할 요인으로 꼽았다.
 

참여사 간 협상과 중재, 발주처와의 클레임 처리 결과에 따라 PT PP가 떠안을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손실 분담을 놓고 어느 참여사와 의견이 갈리는지, 거버넌스 문제와 포렌식 결과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 PT PP 손실 1년 새 두 배 넘게 늘어
 

PT PP가 발릭파판 사업에서 인식한 손실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24년 말 7022억4649만루피아였던 누적 손실 부담액은 지난해 1조5381억5763만루피아로 뛰었다. 한 해 동안 8359억1113만루피아가 추가됐다. 올해 들어서는 추가 손실을 반영하지 않아 6월 말에도 같은 금액을 유지했다.

 

손실 규모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산 문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PT PP는 지난해 말 감사 재무제표에 손실 배분 문제를 처음 명시한 뒤 올해 1분기와 반기보고서에서도 같은 내용을 이어갔다.
 

발릭파판 RDMP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가 동부 칼리만탄에 있는 기존 정유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하루 26만배럴이던 원유 처리 규모를 36만배럴로 늘리고 석유제품 생산설비를 고도화하는 공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년 이 사업을 수주했다. 전체 계약금액은 39억7000만달러였고 현대엔지니어링 몫은 21억7000만달러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조달·시공을 맡았다.
 

◆ 1조원대 적자 불렀던 현장…정산 문제는 남아
 

발릭파판은 현대엔지니어링에 뼈아픈 사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발릭파판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등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공사 지연과 원가 상승 등을 반영하면서 연결기준 1조24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발릭파판 사업에서만 약 1조1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신용평가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13조8965억원, 영업이익 27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 현장의 예상 손실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면서 실적도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PT PP의 최신 공시를 보면 발릭파판 사업의 회계상 손실 반영과 컨소시엄 내부의 최종 정산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플랜트 공사는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거나 원가가 예상보다 커지면 공동사업계약에 따라 손실을 나누지만 비용이 발생한 원인과 각 참여사의 책임 범위를 놓고 이견이 생길 수 있다. 발주처가 추가 공사비를 얼마나 인정하느냐도 최종 부담액에 영향을 준다.
 

PT PP 역시 현재 반영한 손실액을 최종 확정액으로 보지 않고 있다. 컨소시엄 내부 협상과 중재, 발주처와의 클레임 처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기보고서에 등장한 ‘포렌식 결과’도 변수다. 다만 보고서에는 포렌식을 누가 실시했는지, 조사 대상과 결과가 무엇인지는 담겨 있지 않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직접 관련된 조사라는 근거도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발릭파판 사업을 2025년 준공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장 공사는 끝났지만 돈 계산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
 

PT PP가 올해 6월 말까지도 내부 손실 배분 분쟁과 최종 부담액의 불확실성을 재무제표에 남겨둔 만큼 참여사별 최종 손실 규모가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