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쩐 타인 먼(Trần Thanh Mẫn) 베트남 국회의장이 민간외교를 한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핵심 토대로 꼽았다. 양국 간 경제협력을 반도체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7일 베트남 측에 따르면 쩐 타인 먼 국회의장은 지난 6일 방한 일정의 하나로 한국 내 비정부기구(NGO)와 한·베 우호협회, 베트남을 사랑하는 한국인 모임(VESAMO), 한·베 문화경제협력센터(KOVECA), KFHI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의 과학자와 지식인, 기업인 등을 만났다.
쩐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민간단체와 인사들이 그동안 베트남과의 관계 발전에 기여해 온 점에 감사를 표시하고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민간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한·베 관계,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도약”
쩐 의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가족을 중시하고 교육열이 높으며 인문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2년 수교 이후 35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양국 관계는 빠르게 발전해 현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쩐 의장은 특히 최근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상호 방문이 이어지는 등 정치적 신뢰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2025년 8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데 이어 2026년 4월에는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에는 쩐 의장이 베트남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쩐 의장은 한국 국회의장이 베트남 대표단을 환대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국의 새 국회 출범 이후 국회를 방문한 첫 해외 고위급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환영받은 점도 높이 평가했다.
◆ 韓, 베트남 누적 투자 1010억달러…교역 890억달러
쩐 의장은 한·베 관계가 현재 수준까지 발전한 데에는 양국 정부뿐 아니라 우호단체와 NGO, 과학자·지식인,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베트남 누적 등록 투자액은 약 1010억달러에 달한다. 삼성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도 베트남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두 번째로 큰 공적개발원조(ODA) 제공국이자 세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2025년 양국 교역액은 약 89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교역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2026년 1~8월 양국 교역액은 약 7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양국 간 인적 교류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매년 약 500만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공부하는 베트남인은 약 40만명으로 이 가운데 유학생이 9만7000명을 넘는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도 20만명을 웃돈다.
쩐 의장은 이 같은 인적 교류의 확대를 언급하며 양국 우호단체와 NGO, 과학계, 기업들이 한국과 베트남 국민 간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 “반도체·AI·재생에너지, 한·베 협력 새 공간”
쩐 의장은 양국 경제협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베트남우호친선단체연합(VUFO)이 한국의 우호단체 및 NGO와 협력해 문화뿐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의 교류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서로의 국가 이미지를 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 분야에서는 한국의 질 높은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쩐 의장은 반도체 공급망과 재생에너지, 디지털 전환, AI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향후 양국 경제협력의 주요 대상으로 제시했다.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쩐 의장은 “베트남 국회는 투자와 기업 활동에 유리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베트남 정부 역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현지 투자·사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장애물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인 20만·베트남인 40만명, 양국 잇는 가교”
양국에 거주하는 교민 사회에 대한 상호 보호와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쩐 의장은 베트남 정부가 현지에서 거주하고 일하는 2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법률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필요한 여건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 정부에도 한국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며 일하는 약 40만명의 베트남 국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쩐 의장은 양국 교민 사회가 단순히 한·베 협력의 혜택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양국 국민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하는 직접적인 가교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 “당·의회·정부·민간외교 함께 움직여야”
쩐 의장은 한·베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 외교 △의회 외교 △정부 외교 △민간외교 등 4개 채널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외교가 양국의 단체와 지역사회, 국민을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한 교류나 국가 이미지 홍보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쩐 의장은 행사를 마치며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단체와 NGO, 과학자·지식인, 기업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양국 국민 간 교류와 협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돼 한·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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