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중화와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모두의 AI’와 보안 특화 AI 사업이 국회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에게 AI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에도 실제 포인트 사용률은 7%에 그쳤고 초기 시스템 오류도 확인됐다. 보안 AI 사업은 32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컨소시엄을 꾸렸지만 예산과 개발 일정, 보안 데이터 확보, 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 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사이버보안 사업 추진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의 AI 성장사다리 프로젝트’에 포함된 온라인 개발 플랫폼 ‘모두의 AI 실험실’의 운영 실태를 문제 삼았다.
모두의 AI 실험실은 국민이 자연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코딩 환경과 생성형 AI 모델, 민간 클라우드, 공공·민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가입자에게 AI 모델과 클라우드 이용에 쓸 수 있는 3만 포인트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주하고 피씨엔이 운영·유지관리를 맡았다. 사업 규모는 약 39억8000만원이며 수행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피씨엔은 지난 5월 사업을 수주한 뒤 8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의원실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로그인 상태가 유지되지 않거나 화면을 새로 고치면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작업을 마친 뒤 결과물 미리보기가 작동하지 않는 오류도 발견됐다. 해당 문제는 의원실과 과기정통부의 점검 이후 조치됐다.
낮은 이용률도 과제로 지목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가입자에게 지급된 3만 포인트 가운데 실제 사용된 비율은 약 7%였다. 다만 가입자 수와 지급된 전체 포인트, 이용자별 사용 편차는 공개되지 않아 7%라는 수치만으로 사업 수요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의원은 “12월이라는 시한에 쫓기기보다 국민이 불편 없이 사용하고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의원실 점검을 통해 신속하게 개선했다”며 “앞으로 세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용 AI 에이전트 사업도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은 NIA가 운영하는 모두의 AI 실험실과는 별도 트랙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SK텔레콤·카카오·KT가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3개 컨소시엄에는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총 512장이 지원된다.
SK텔레콤은 전화와 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는 실행형 AI를, 카카오는 메신저에서 예약·신청·결제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한다. KT는 다음과 무신사·직방 등 여러 플랫폼을 AI 에이전트로 연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국민용 AI 서비스가 안착하려면 무료 제공 자체보다 안정성과 이용 동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의 AI 실험실에서 드러난 초기 오류와 낮은 이용률을 별개의 플랫폼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향후 3개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뿐 아니라 질문 성공률과 서비스 완료율, 장애 발생 시간, 이용자 재방문율 등 품질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일정과 예산을 질의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를 주관기관으로 LG CNS와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샌즈랩, 이스트시큐리티, 주요 대학·연구기관 등 32곳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컨소시엄에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을 10개월간 지원한다. 사업 착수 5개월 뒤 중간 성과를 평가해 나머지 5개월의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 공개를 지향하며 국가 핵심시설과 주요 산업 현장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보안 AI의 성패는 GPU 규모뿐 아니라 학습 데이터의 질에 달렸다. 실제 악성코드와 취약점, 침해사고 대응 기록은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국가안보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32개 기관이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익명화하고 공유할지, 공격 기술이 외부로 악용되지 않도록 모델 공개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 과제다.
사이버 침해사고 발생 때 경찰과 과기정통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간 정보 공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류 차관은 청와대 고위급 인사의 개인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며 경찰 수사 사건은 관례상 세부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청와대 시스템이 직접 해킹된 것이 아니라 방산·항공 분야 민간 인증기관 서버에서 주요 인사의 명함 정보로 추정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다. 경찰은 유출 경로와 공격 배후를 수사하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침해사고를 인지한 뒤 24시간 이내에 과기정통부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 지연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다만 사업자의 법정 신고와 경찰의 수사정보 공유는 별개의 절차다. 대형 침해사고의 초기 대응력을 높이려면 수사 보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기관이 공격 지표와 피해 범위를 공유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AI 정책은 이제 모델 선정과 GPU 배분을 넘어 실제 이용과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모두의 AI는 국민이 반복해서 사용할 만큼 편리해야 하고, 보안 AI는 현장에서 공격을 탐지하고 대응 시간을 줄여야 한다. 7%의 포인트 사용률과 기관 간 정보 단절은 기술보다 운영체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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