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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 참사가 경제를 망친다, 검증 시스템부터 뜯어고쳐라

경제일보 2026-09-09 11:01:08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또 인사 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사가 망사”라는 국민의 냉소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편법 절세, 세금 문제, 도덕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된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언론 보도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뒤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것은 검증이 아니라 사후 수습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청문회가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대신하는 장치인가. 국민이 묻는 것은 청문회에서 무엇이 밝혀질지가 아니라 왜 이런 사람이 애초에 후보자 명단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처럼 법치와 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자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준법·도덕성 논란조차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공정과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흠잡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사 실패는 정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결국 사람이 집행한다. 장관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흔들리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압력,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저성장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으로 국정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정책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장관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대통령실이 해명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능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도 위축된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제가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 정부 조직이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면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후보자 몇 명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부동산·세금·병역·논문뿐 아니라 이해충돌, 직무 전문성, 정책 역량, 공직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거나 축소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드 인사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이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도 결단해야 한다. 한번 지명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는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라면 최종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의 실패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정책의 실패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번 인사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적 소란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꿔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과 책임 구조, 인사의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변명과 방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자는 과감히 철회하고 검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재 풀도 백지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도 무한정 용서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다. 지금이 인사 시스템을 환골탈태시킬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