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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손실 AI 매매' 믿었다간 지갑 털린다"…빗썸, 가짜 프로그램 경보

선재관 기자 2026-09-10 08:07:24
자동매매 도구로 위장해 비밀번호·API 키·지갑 개인키 탈취 공식 서비스 이용·출금 권한 차단 권고…보관 구조 검증도 필요
빗썸, '가짜 AI 코인 매매' 사기 근절 나선다…9월 정보보호 캠페인 진행.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매매해 고수익을 낸다’, ‘API 키만 연결하면 손실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광고를 앞세운 가상자산 악성코드가 확산하고 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으로 위장해 이용자의 거래소 계정과 개인지갑 정보를 빼가는 방식이다.

빗썸은 9월 정보보호 캠페인으로 가짜 AI 자동매매 프로그램과 투자 분석 도구를 통한 악성코드 피해 예방 활동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공격자는 검색광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등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홍보한 뒤 실행파일이나 압축파일 설치를 유도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브라우저에 저장된 아이디와 비밀번호, 로그인 세션 쿠키, 거래소 API 키, 개인지갑의 개인키와 시드 구문 등이 외부로 전송될 수 있다.

API 키는 외부 프로그램이 거래소 계정의 시세 조회와 주문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인증정보다. 이용자가 부여한 권한에 따라 자산 조회와 매수·매도, 출금까지 가능해 사실상 금융계좌의 비밀번호와 비슷하게 관리해야 한다.

출금 권한이 없는 API 키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공격자가 임의로 주문을 내거나 거래량이 적은 가상자산을 비정상적인 가격에 사고팔아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로그인 세션 쿠키가 탈취되면 비밀번호 입력 없이 접속 상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출금 과정에서는 추가 인증과 거래소 보안정책에 따라 공격이 차단될 수 있어, 정보 탈취가 곧바로 자산 출금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는 유사 공격이 이미 확인됐다. 보안 연구진은 올해 초 개인용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확장 프로그램 장터에서 가상자산 자동매매·지갑 관리 도구로 위장한 악성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거래소 API 키와 지갑 정보, 브라우저 비밀번호를 탈취하도록 설계됐다. 공개된 악성 확장 프로그램만 수백 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생성형 AI가 사기 광고와 가짜 프로필, 피싱 메시지를 더 빠르고 정교하게 제작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투자 수익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를 속이는 외형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는 셈이다.

빗썸은 출처가 불분명한 실행파일과 압축파일을 내려받지 말고 공식 채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API 키를 발급할 때는 출금 권한을 제외하고 조회와 주문 등 필요한 기능만 허용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거나 외부에 노출된 키는 즉시 폐기하고, 가능하다면 접속 허용 IP도 제한하는 편이 안전하다.

악성코드 감염이 의심되면 해당 기기의 인터넷 연결을 먼저 차단해야 한다. 감염되지 않은 다른 기기에서 거래소 비밀번호를 바꾸고 API 키와 로그인 세션을 폐기한 뒤 출금 주소와 최근 거래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개인지갑의 시드 구문이 유출됐다면 기존 지갑을 계속 사용하지 말고 안전한 환경에서 새 지갑을 만든 뒤 자산을 옮겨야 한다.

빗썸은 자체 제공하는 ‘AI 트레이드 킷’을 공식 대안으로 제시했다. 챗GPT와 클로드 등 AI 서비스와 연동해 코딩 없이 자동매매할 수 있으며, 이용자 기기에 API 키 정보를 별도로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손실이나 보안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자동매매 서비스는 이용자 대신 주문을 수행할 뿐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거래소는 사기 예방 캠페인과 함께 API 권한을 세분화하고 이상 주문을 조기에 탐지하는 장치,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이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