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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쇼핑하고 결제한다…네이버·카카오, '거래 결정권' 경쟁

류청빛 기자 2026-09-10 17:46:57
AI가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대행…플랫폼 경쟁도 '구매 의도' 선점으로 AI가 상품·판매처·결제수단까지 선택…새로운 플랫폼 경쟁 예고
네이버의 AI 탭(왼쪽)과 카카오의 카나나(오른쪽) 이미지. [사진=네이버, 카카오]

[경제일보] AI가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제 구매 행동까지 대신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머스와 결제를 AI 에이전트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검색과 메신저를 통해 이용자 접점을 확보한 양사가 AI를 활용해 '탐색→추천→구매→결제'로 이어지는 소비 과정 전체를 자사 생태계 안에 묶으려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올해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6월에는 이용자에게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기능을 확대했다. 상품 정보 요약과 추천을 넘어 이용자의 쇼핑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AI 쇼핑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이미 시스템으로 구현된 커머스와 결제 인프라가 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뿐 아니라 네이버페이까지 보유하고 있어 AI가 상품을 찾고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거래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올해 1분기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고,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4조2000억원으로 23.4% 늘었다. 네이버는 검색·커머스·결제 인프라를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AI 검색에서도 탐색과 실행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정식 출시한 AI탭은 장소 탐색부터 지도 확인, 실시간 예약까지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AI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이용자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AI탭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AI 에이전트의 활동 영역을 커머스와 결제로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톡에서 주문·예약·결제 등 일상의 행동을 완결하는 에이전틱 AI 경험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이를 새로운 성장과 수익화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커머스·예약·여행·결제 등 이용 빈도가 높은 영역의 파트너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가 선택한 방식은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이용자 접점에 외부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카카오툴즈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마이리얼트립 등 다양한 파트너사의 서비스가 추가됐다. 이용자가 별도의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가는 대신 AI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호출하고 이용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의 커머스 전략은 광고에서도 AI와 연결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톡스토어 상품 정보를 광고 플랫폼과 연동하는 '커머스 카탈로그 광고'를 출시했다.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통해 상품 탐색부터 구매 전환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AI가 이용자의 구매 의도를 파악해 상품을 노출하고 거래로 연결하는 구조를 광고 영역에서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한발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 자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개발 지원 사업 수행자로 선정됐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에이전트 등록·검증부터 탐색·조합·실행·정산까지 제공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AI는 모델 자체의 성능보다 AI가 이용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용자는 검색창에 상품을 입력하고 여러 쇼핑몰을 비교한 뒤 결제수단을 직접 선택했다면,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될수록 '무엇을 살까'라는 질문부터 '어디서 얼마에 살까', '어떤 결제수단을 사용할까'까지 AI에 맡기는 소비 방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도 달라지고 있다. 검색이나 광고에서는 이용자가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상품을 노출하는 역할을 했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선택지를 좁히고 최종 구매까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어떤 상품을 추천하고 어떤 판매처와 결제수단을 연결하느냐가 곧 거래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플랫폼의 '추천 권력'이 '거래 결정력'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구매·결제하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 있다. AI가 잘못된 상품을 추천하거나 이용자의 의도와 다른 결정을 내렸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결제 과정에서 이용자의 명확한 동의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 개인의 구매 데이터가 AI 학습과 추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실제 거래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플랫폼 기업의 사업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를 통해 상품을 노출하고 이용자가 직접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기존 방식에서 AI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상품을 선택하고 거래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중심축이 이동할 수 있어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그동안 지켜온 안정성을 기반으로 인증과 권한부터 메모리, AI 도구, 결제와 에이전트 간 연결까지 가능하도록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카카오톡에서의 에이전틱 AI 경험이 거래까지 구현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디테일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 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