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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청 없애고도 검사 2292명 그대로 두려 했다…공소청, 간판만 바꿔선 안 된다

2026-09-11 10:05:26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검찰청이 다음 달 2일 문을 닫고 공소청이 출범한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폐지되고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법무부가 내놓은 첫 공소청 직제안은 검사 법정 정원 2292명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수사 기능 폐지를 이유로 전체 정원 10706명 가운데 2294명을 줄이면서 감축 대상은 모두 일반직이었다. 수사는 떼어내면서 검사는 그대로 두려 한 것이다.
 

2292명은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던 검찰청을 기준으로 정한 검사 정원이다. 공소청은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다. 기관의 핵심 기능을 떼어냈다면 조직과 인력도 새 업무에 맞춰 다시 짜는 게 순서다. 법무부는 오히려 검찰청 시절의 검사 자리 2292개를 공소청에 그대로 옮기려 했다. 검찰청을 없애겠다면서 인력표는 옛 검찰 것을 그대로 가져온 셈이다.

 

공소청 검사는 기소 여부 판단과 공판 수행, 영장 청구, 보완수사 요구 등을 맡는다. 그렇다면 바로 그 업무량을 기준으로 필요한 검사 수를 산정했어야 한다. 연간 송치 사건과 공판 사건이 몇 건인지, 영장과 보완수사 요구 업무에 몇 명이 필요한지 계산한 뒤 정원을 정하는 것이 맞다. 2292명이 필요하다면 그 근거를 내놓으면 된다. 법무부 첫 직제안에서는 그런 설명을 찾기 어렵다.
 

정작 수사를 넘겨받는 중수청은 검찰 출신 인력 확보부터 쉽지 않다. 특례임용 신청자 2376명 가운데 615명이 지원을 철회했다. 수사 경험을 가진 인력은 충분히 옮겨가지 않는데 수사권을 내려놓는 공소청에는 검찰청 시절 검사 정원을 그대로 남겨두려 했다.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면서 인력 배치부터 거꾸로 했다.
 

검사 현원이 법정 정원에 못 미치고 사건이 쌓여 있다는 사정도 2292명을 그대로 둘 근거는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청 시절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공소청에 몇 명의 검사가 필요한지를 따지는 일이다. 수사와 기소를 모두 맡던 검찰청과 기소·공판 중심의 공소청이 왜 같은 검사 정원을 가져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법에 숫자가 적혀 있다는 이유로 옛 정원을 새 기관에 그대로 넘길 수는 없다.
 

검사 정원을 정치적 숫자로 정해서도 안 된다. 정치권에서는 정원을 1528명으로 줄이는 법안도 나왔다. 2292명을 아무 계산 없이 유지하는 것이 문제라면 다른 숫자를 정치적으로 정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검사 정원은 친검과 반검의 문제가 아니다. 공소청이 맡을 일의 양과 책임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10일 검사 정원을 포함한 공소청 직제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검사정원법의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실제 필요한 인원을 따져보라는 취지다. 대통령까지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은 법무부의 첫 설계가 그만큼 허술했다는 뜻이다.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 새 기관의 인력은 옛 검찰의 틀에 맞춘 것부터 모순이다.
 

검찰개혁은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검찰청’ 현판을 떼고 ‘공소청’ 현판을 다는 행사가 아니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조직과 인력, 보직과 업무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필요 없는 자리는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 검찰청을 없애고도 검찰청의 인력 논리를 그대로 남겨둔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다. 이름만 공소청으로 바꾼 검찰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