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공급 차질을 넘어선 신호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에너지 기반을 정면으로 드러낸 경고에 가깝다.
현재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의 변동성 확대는 이미 산업과 가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급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은 결국 전략의 문제다. 그동안 우리는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왔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오히려 취약성으로 돌아온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없이 비용만을 좇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비축유 역시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일정 기간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공급 자체가 차단되는 상황에서는 산업 전반의 위축을 막기 어렵다. 카타르발 리스크는 이러한 한계를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첫째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다. 미국과 호주 등 안정적 공급국과의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안보 차원의 선택이다.
둘째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재정립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활용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셋째 산업 전반의 효율 개선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 없이는 외부 충격을 견디기 어렵다.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카타르발 경고는 하나의 계기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면 다음 위기는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산업 이슈가 아니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공급망을 분산하고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만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견디는 기반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실행 가능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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